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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포스코그룹 기술나눔, 그린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해답으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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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기술들이 2017년부터 중소기업으로 무료로 제공 돼 눈길을 끈다.

포스코그룹에서 탄생한 기술의 씨앗이 새 환경에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26일 포스코에 따르면 기술이전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의 필요에 따라 개발한 기술들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종사업간의 시너지는 끊임없이 미래 사업을 개척해나가는 포스코그룹에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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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기술나눔을 통해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국책과제에도 선정되는 등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대표적 사례를 소개한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그린폴이다. 김명기 대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자 2000년에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그린폴의 공정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수거해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수거한 플라스틱은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고, 기본적인 선별을 거쳐 잘게 파쇄해 음식물 등의 이물질을 세척한 뒤 탈수와 건조를 거쳐 다시 그린폴로 가져온다. 세척을 마친 파쇄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선별하고 열을 가해 녹여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뽑아낸 후 식히면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가 완성된다. 이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는 플라스틱 원재료(신재수지 virgin plastic resin)와 혼합해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pcr : post consumer recycle)로 제조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린폴은 몇 가지 커다란 과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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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기술나눔으로 확보한 정전 선별 특허

그린폴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플라스틱의 경제성 있는 선별이었다. 2020년 12월부터 분리수거를 할 때 투명 페트병은 색이 있는 플라스틱과 구분해서 분리배출한다. 이 중 투명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의류를 제작하기에 용이한 긴 원사를 뽑아낼 수 있어 부가가치가 가장 크다. 여러 면에서 투명 플라스틱 분리배출 문화의 정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투명 페트병 외에도 선별해야 하는 플라스틱의 종류가 많고, 포장재나 음식 용기 등 다른 플라스틱 소재가 섞이면 재생 원료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정전 선별 기술'이다. 지금은 손으로 재활용품을 재질 별로 구분한 뒤 따로 파쇄해 사용하므로 선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육안으로 선별이 어렵거나 여러 소재가 뒤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을 손을 대지 않고도 선별해낼 수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초기에 물체를 재질별로 선별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파쇄한 뒤 선별기에 통과시키기만 하면 분리가 완료되므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그린폴은 이 정전 선별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물색했다. 처음에는 이미 만들어진 기계를 구입하거나 유사한 연구 실적을 보유한 연구진과 함께 기술개발을 하는 방법을 고려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용화된 정전 선별기가 없었고, 해외에서 장비를 도입하자니 설비 비용이 너무 컸다. 게다가 이 규모의 사업체에서 연구개발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도 쉽지 않았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중, 2019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기술나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당시 공여 대상 특허기술들의 목록을 하나하나 뒤졌고, 찾던 정전 선별기술에 완벽히 들어맞는 특허기술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포스코에서 개발한 '이중컨베이어형 정전 선별유닛 및 이를 이용한 정전 선별기'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포스코에서 제철용으로 사용하는 미분상태의 석탄에서 자력을 사용해 회분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그린폴은 이 기술의 정전 분리 원리에 착안해 직접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고려대학교 전자·기계융합공학과의 마찰 대전 전문가인 정재화 교수를 찾아갔다.

포스코에서 제공한 특허기술에 힘입어, 정재화 교수팀과 멋진 협업을 할 수 있었다. 한달 간의 짧은 준비기간에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국책연구과제에 지원, 최종 선정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과제명은 '생활계 폐용기의 재활용 기술개발' 과제로 2020년 7월부터 시작한 연구가 이렇게 눈부신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포스코그룹의 기술나눔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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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폴·고려대학교·포스코의 협업, 플라스틱 정전 선별기 탄생

고려대학교와 그린폴은 포스코의 정전 선별기 개념을 발전시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컨베이어벨트 방식 대신 혼합된 재활용 소재를 양 전극 사이로 자유낙하 시켜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파쇄한 재활용 소재는 1m가 넘는 전기장 영향권 사이를 낙하하며 분리돼 하단의 용기에 나눠져서 담기게 된다.

경계를 뛰어넘는 나눔의 힘, 철강산업에서 태동한 기술의 씨앗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에서 꽃피우다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내 실험동에서 파일럿 설비 검증 중이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022년 8월에는 설비를 그린폴 공장으로 옮겨 설치를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린폴은 신규 설비 도입을 앞두고 공장 건물도 새롭게 건설했다. 포스코 기술을 바탕으로 고려대와 함께 개발한 플라스틱 정전 선별기 체계와 지금 개발 중인 철·비철금속 선별기가 갖춰지면 대한민국의 재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적 토대와 사업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정전식 플라스틱 선별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영업이익을 할애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깨달았다. 그린폴의 연구 과제가 국책 과제에 선정되고, 예산을 지원받아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무상으로 기술나눔을 해준 포스코가 있었다.

아직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지금도 플라스틱 용기 활용이 많은 기업에서 그린폴에 협업 제안을 자주 해온다. 그린폴의 노력과 목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린폴은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쳐 개발한 새로운 재활용 선별기술을 이른 시일 내에 안정화시키고, 자원 재활용 저변 확대에 앞장설 것이다.

[이 상 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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