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폐기물 태울 때 AI 활용해 소각재·유해가스 줄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인류가 오랜 숙제였던 쓰레기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가 일시 중단됐고, 처리가 어려운 의료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팬데믹이 바이러스 팬데믹을 넘어서는 인류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순환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을 좀 더 효율적이고, 쉽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들이 각광 받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돈이 몰리면서 산업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폐기물 처리 관련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등장했고, 대기업에서도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쓰레기 골드러시’ 기획을 통해 폐기물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해 봤다.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 폐기물 처리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어펄마캐피탈, 맥쿼리PE, IMM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PE)가 폐기물 기업을 사들였다면 2020년부터는 국내 일반 기업들도 폐기물 업체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주목받는 기업은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부터 환경시설관리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환경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지난해와 올해 1조8000억원을 들여 여덟 곳의 환경 기업을 추가 인수했다. 지난해 5월 사명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꾸며, 환경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처리 용량 기준 수처리·사업장 폐기물 소각 1위, 의료 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조선비즈

권지훈 SK에코플랜트 에코플랫폼 BU 대표 겸 환경시설관리 대표서울대 토목공학 학·석사, SK에코플랜트 전 인프라기획팀장·전 베트남 NSRP 마린 PJT PM·전 터키 차낙칼레 BOT사업 PM 사진 SK에코플랜트



건설사였던 SK에코플랜트가 이렇게 폐기물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은 5월 4일 권지훈 SK에코플랜트의 에코플랫폼 BU 대표와 서면 및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 대표는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폐기물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적용한 친환경 소각로를 구축해 소각재와 유해가스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폐기물 사업 진출 이유는.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문제가 더욱 주목받았다. 상품을 생산한 뒤 유통, 소비 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線型) 경제’ 방식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순환 경제(자원 절약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 시스템을 실현하는 게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각종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버려지는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분리·수거해 자원으로 재사용하고, 남는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데 주목했다.”

2년간 폐기물 기업 9개 사를 인수했다.

“2020년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한 이후, 연관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고 있다. 볼트온 전략(비슷한 업체나 연관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전략)으로 사업·기술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현재까지 소각·매립 기업 8개 사, 재활용 기업 1개 사를 인수했으며, 수거·선별 기업, 재활용 기업 인수를 지속해서 검토 중이다.”

인수한 기업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한 후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에 투자와 인력을 많이 투입해 노후한 사업장 시설과 처리 과정을 개선하고, 유해 물질 저감 장치를 설치해 현대화하고 있다. 기존보다 높은 안전과 품질 환경 기준을 적용해 사고 위험도를 낮추기도 했다. 또 새로운 기술을 개발·적용해 친환경화하고 선제적으로 유해 물질을 줄이려고 한다.”

소각 기업의 친환경화가 필요한 이유는.

“폐기물은 수거된 후, 선별-수집-운반-재활용-소각·매립 과정을 거친다. 소각은 재활용 다음 절차인데 태우는 폐기물의 성질이 비슷할 때 효과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산화탄소와 소각재가 많이 나오고, 매립지에 묻어야 하는 소각재 및 폐기물량도 늘어난다. 한정된 영토에 폐기물을 잘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수거와 선별을 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각장은 사람의 경험에 의존해 운영돼왔다. 폐기물 종류나 불의 세기, 온도를 육안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종종 잘못된 판단으로 더 많은 유해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디지털 전환(DT)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폐기물 소각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소각재와 유해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친환경 소각로 AI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어떤 기술이 사용되나.

“AI 솔루션은 폐쇄회로(CC)TV나 센서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기물 종류나 언제 넣으면 더 잘 탈지 파악한다. 최적의 소각로 운영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서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유해 배출 가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진동·전류를 통해 설비 장애도 감지할 수 있다.

그간 폐기물 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디지털화 수준이 낮아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도출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폐기물 발생부터 최종 처리 과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폐기물 관리 디지털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폐기물 배출자, 수집∙운반자, 처리자 모두 IT 기기로 손쉽게 폐기물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게 하고, 배출 저감량, 재사용량, 재활용률 등 핵심 지표를 관리할 수 있게 하려 한다. 폐기물 배출·반입 패턴을 분석하고 루트를 최적화하면,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도 하나.

조선비즈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전기전자 폐기물 업체 테스를 인수하며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진은 테스의 폐IT 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사진 SK에코플랜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설, 에너지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리는 소각장 굴뚝에 모이는 비산재, 소각 후 바닥에 떨어지는 바닥재를 재활용해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비즈니스를 검토 중이다. 폐기물 기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설계도 가능해졌다. 폐기물을 소각할 경우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물을 데우면 스팀을 생성할 수 있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고열을 폐기물 소각 과정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올해는 글로벌 전자전기 폐기물 기업 테스까지 인수하며, 배터리 분야와도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고 있다. 폐기물에서 플라스틱, 코발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희귀금속을 분리해 새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폐기물 산업 전망은.

“환경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규제와 인허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이다. 유럽, 한국 모두 친환경 규제 방향은 확대되고 가속화할 전망이다. 폐기물 기업들도 단편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높은 이익률을 내는 건 불가능해지고, 규제를 만족시키며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생존할 수 있을 거다.”

추가 확장 계획도 있나.

“지속적으로 밸류체인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수처리 산업은 산업 폐수 처리, 공업용수 재이용, 무방류, 초순수(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를 제거한 고도로 정제된 물) 영역으로 고도화하고, 폐기물 산업은 플라스틱이나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영역으로 지속 진출하려고 한다. 사업 지역도 동남아, 북미, 유럽 등으로 넓히려 한다.”

plus point

사모펀드·대기업이 폐기물 업체 사들이는 이유는

조선비즈


폐기물 산업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경기 민감도가 낮지만, 성장성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수집·운반·재활용·처분업에 진출하려면 정부 인허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야 하고, 부지 확보가 어려워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높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은 늘어나는데 이를 처리할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폐기물 처리 기업의 희소성이 크고, 수익성도 높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나 대기업도 새롭게 폐기물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폐기물 산업은 안정적인 수익원인 데다 기업 가치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돼 ESG 경영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되고,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화하는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사모펀드와 국내 대기업들이 폐기물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들면서 영세기업이 난립해있던 시장은 소수 기업 위주로 대형화·계열화하고 있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Part 1. 팬데믹 올라탄 쓰레기 처리 산업

①인류 위협 골칫덩이에서 돈 몰리는 ‘금맥’으로

②[Infographic]쓰레기 팬데믹 위협과 기회

Part 2. 쓰레기 처리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

③[Interview] ‘쓰레기 유니콘’ 루비콘 르나우드 드 비엘 카스텔최고운영책임자(COO)

④[Interview] 카를로스 몬레알 플라스틱에너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로저 엔시나 CEO

⑤[Interview] 2년간 폐기물 처리 기업 9곳 인수,SK에코플랜트 에코플랫폼 BU 권지훈 대표

⑥[Interview] ‘스마트 폐기물 관리 기업’ 리코 김근호 대표

⑦[Interview] ‘플라스틱 회수하는 AI 로봇’ 개발수퍼빈 김정빈 대표

Part 3. 전문가 제언

⑧[Interview] 토니 워커 캐나다 달하우지대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

⑨[Interview] 롭 캐플런 서큘레이트 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