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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물가와 GDP

이창용, 금리 인상으로 금통위 의장 데뷔전 “성장률 주춤해지더라도 물가에 중점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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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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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파이터’의 선언식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 데뷔전을 치렀다. 총재로 취임한 뒤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이 총재가 처음이다.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전체회의는 다소 낯선 광경으로 시작됐다. 회의 시작 전 기자들이 현장 스케치를 위해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4개월 만의 개방이다. 이승헌(부총재) 위원이 “이 장면 오랜만인데요”라고 반가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전체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의 모습도 바뀌었다. 서서 질의응답했던 것과 달리 이번부터는 총재도 자리에 앉았다. 질의응답이 끝날 때쯤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마무리 발언을 자처했다. 그는 “오늘 금통위 결정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상존하지만,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책 대응에 실기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하면 실질임금이 낮아지는 등 취약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기승전 ‘물가’였다. 그는 “통화정책의 중점을 물가에 두겠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도 했다. 그는 “물가가 앞으로 수개월 5% 이상 높아질 상방 위험과 비교해 보면 경제성장률이 다소 주춤해지더라도 현재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도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물가 상승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이날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에서 2.7%로 내렸다.

물가 정점에 대한 질문에 이 총재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넘을 것이 확정적이다. 3월에는 ‘상고하저’라고 예측했는데 지금 추세를 보면 정점이 상반기가 아니라 중반기 넘어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가 등이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 곡물가격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어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상당 기간 가져가다가 내려가지 않을까 본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7, 8월 연속 인상 시사냐는 질문에는 “금리 조정 시기를 명시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7, 8월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앞으로 나올 경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가 “특정 방식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빅스텝에 대한 언급은 모든 통화정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높여가면서 커지는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은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기 금리로 볼 때 한·미 금리 차가 항상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이나 환율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과 관련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가계이자 비용이 3조원 이상 늘고, 기업 부담도 2조7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받는 피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주·윤상언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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