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7일 서울 청계천 여신금융협회에서 소감 발표 및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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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64·행시 25회)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7일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기조가 금융권에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2008년에도 금융위 국장급 간부로서 금산분리 정책을 이끌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규제를 완화해 메가뱅크를 키우겠다며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을 강하게 추진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빅테크 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산분리를 성급하게 해 산업자본에 특혜를 줄 경우 오히려 금융질서를 교란하고 산업전반에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산분리는 말 그대로 금융과 산업 간 결합을 억제 또는 제한하는 규제다. 학계에서는 중세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최초의 은행이 탄생했을 때부터 금산분리가 있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소유한 시중은행 주식을 정부에 귀속시킨 1961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이나 대기업이 민영화된 은행 지분을 8% 넘게 보유할 수 없게 한 1982년 은행법 개정안을 금산분리의 시초로 본다.

현재는 은행법, 인터넷전문은행법, 보험업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서 지분보유제한, 대주주거래 금지·제한, 업무범위제한, 상호출자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8일 금융위에 따르면 김주현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11월 ‘은행주식 보유규제 및 금융지주회사 제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에서 10%로, 사모펀드투자사(PEF)의 출자한도는 10%에서 30%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주현 국장은 금산분리 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2009년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는 9%로, 사모펀드(PEF)의 출자한도는 18%로 수정돼 통과됐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바뀐 것은 1995년 이후 14년 만이었다. 그 해 7월에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소유 한도도 4%에서 9%로 높아졌다. 비은행 금융지주사의 제조업 자회사도 허용됐다.

문재인 정부도 금산분리를 제한적으로 완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고, 일반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했다. 2018년 10월 제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보면 산업자본은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또 지난해 12월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하되 CVC가 투자한 벤처회사의 지분을 총수일가나 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은 금지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등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은행 등의 비금융서비스 진출 범위를 확대해 ‘전업주의’를 폐지하고 ‘겸업주의’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금융사들도 카카오, 네이버처럼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얘기다. 반면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급한 규제완화는 금융 건전성과 안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예컨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한 상황에서 비금융회사나 금융회사가 부살화되면 부실이 업권을 넘어 전이될 수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온라인플랫폼의 금융 접근도가 높아지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온라인플랫폼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산업자본에 특혜를 주는 방향은 곤란하다”면서 “동일행위 동일규제, 기울어지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 온라인플랫폼의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규제 등이 전제되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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