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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전국 곳곳서 운송 차질…충돌은 없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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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경기·충북서 멈춘 시멘트 이송…제주서는 부족 현상

    물동량 바닥…일부 품목은 예외적 반출 허용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전국 곳곳에서 운송 차질에 따른 영향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물동량이 바닥을 보이며 산업별로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 한쪽에선 재고 쌓이는데 다른 쪽에선 재고 부족

    한쪽에서는 생산품을 옮기지 못해 재고가 쌓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생산품을 받지 못해 재고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강원에서는 영월 한일시멘트, 동해 쌍용씨앤이, 강릉 한라시멘트 등에서 사흘째 파업 결의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의 운송 작업이 완전히 멈춘데다 비조합원들도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고자 사태를 지켜보며 운행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도내 시멘트사는 생산 시멘트를 저장소(사일로·silo)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습기에 취약한 시멘트는 전용 저장소가 아니면 보관이 어려워 파업이 장기화하면 더는 시멘트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중후반이면 저장고가 다 차버려서 더는 시멘트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금 더 저장용량에 여유가 있다 해도 2∼3일 더 버티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몰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DC) 옆 의왕 유통기지에서도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출하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제천·단양의 시멘트 공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조원들이 공장 주변에 산재해 시멘트 출하를 저지하면서 사흘 연속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시멘트 업체들은 철도 수송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파업에 대처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출하기지 저장소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제주에서는 시멘트가 부족해 건설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와 제주도 레미콘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제주지역 시멘트 재고량은 많아야 2∼3일치 수준으로 사실상 바닥을 보인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관계자는 "철근 등 다른 자재도 시멘트보다 여유가 있을 뿐, 넉넉한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시멘트가 없으면 다른 자재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은 없지만, 이번 주 내로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주부터는 급격히 (공사 중단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멘트가 원재료인 제주지역 레미콘 공급은 지난 4월 약 5주가량 파업으로 한 차례 멈췄다가 지난달 24일에서야 재개됐는데 이번 파업으로 다시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 운송 멈춘 주요 항만·물류 거점 비상

    주요 항만과 물류 거점에서도 운송이 멈추면서 장치율이 높아지는 등 차질이 빚어지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연합뉴스

    주차된 화물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부산 금정구 한 차고지에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2022.6.7 handbrother@yna.co.kr


    총파업 영향으로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의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크게 줄었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 기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1천62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지난 5월 동시간대 반출입량의 30% 수준에 그쳤다.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장치율은 76.3%로 평소보다 6% 포인트 늘었다.

    선사들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수출 물동량을 미리 부두에 반입하면서 장치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에서도 신항과 남항, 선광·한진 컨테이너터미널, 국제여객터미널 등에 집결한 노조원들이 화물차 기사들에게 운송 작업 중단을 요청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인천지역의 컨테이너 화물 운송 노동자 가운데 90%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은 평상시의 10∼2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천157TEU로 지난달 동시간대의 23% 수준이다.

    일부에선 화물을 반출할 수 있는 차량이 없어 장치율이 한때 90%를 넘어선 곳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해수청은 터미널 운영사와 선사를 대상으로 비어있는 공(空) 컨테이너를 외국으로 보내도록 하면서 장치율을 낮추고 있다. 또 터미널 내 주차장 등지에 컨테이너를 쌓아둘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수도권 물류 거점들의 물동량이 바닥세로 떨어졌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는 전날 기준 하루 반출입량은 392TEU로 나타났다.

    평소 수요일 반출입량의 8.8% 수준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의왕 ICD 측은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는 한 전체 화물 수송 비율의 절반에 달하는 차량 이용 육상 운송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물동량이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화물은 일부 철도 수송으로 반출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사흘 연속 하루 물동량 약 4만9천t 가운데 절반가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고,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사흘 연속 하루 출하량 9천t의 물량이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성차 직접 운전해 차고지로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8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캐리어 동원이 어렵자 기아차 측은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옮기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2022.6.8 iny@yna.co.kr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이 부품 운송 거부로 이틀째 차질을 빚고 있고, 광주에서는 생산된 차량을 차고지로 보내기 위한 카캐리어를 동원하지 못해 이틀째 사무직 직원들이 번호판 없는 차량을 직접 이동시키는 개별 운송을 했다.

    ◇ 일부 품목 예외적 반출 조치…물리적 충돌도 없어

    총파업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운송 업무가 멈췄지만 오래 보관할 수 없는 냉동, 식품 등의 품목은 예외적으로 반출이 이뤄졌다.

    화물연대 전북본부는 이날 오전 군산항에 들어온 냉동 컨테이너 20대와 사료용 곡물 등 일부 품목에 한해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냉동 컨테이너에 담긴 어패류 등이 상할 수 있고 사료용 곡물이 부족하면 농민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농민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품목을 반출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어떠한 대화 요청도 없다.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쟁취하기 위해 파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산단 업체들 역시 제품 출하와 원재료 납품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것을 우려하며 화물연대 여수지부에 긴급한 물류를 이송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여수 모처에서 화물연대와 업체가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기조 속에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업무방해 혐의로 15명이 현행범 체포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6명이 연행된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한화토탈 등에서도 역시 이날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경찰 사이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영서, 김준범, 손대성, 홍현기, 백나용, 김근주, 김재홍, 김형우, 나보배, 강영훈, 천정인, 김선경,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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