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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휠체어 타고 가보니..."AI 무인매장,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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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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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무인 편의점은 입구가 좁아 휠체어가 통과하지 못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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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고 인공지능(AI) 기반 무인매장 3곳을 방문한 결과다. 이미 생활 곳곳에서 이동 불편을 겪는 교통약자들은 이제 AI에도 '입구 컷'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AI 무인매장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도입하고 있는 시설이다. 매장에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도 고객이 고른 제품을 정확히 식별하고 자동으로 결제까지 돕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에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등 주요 편의점도 AI 무인매장과 AI 주류판매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AI 무인매장은 기존 아이스크림 무인매장이나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있는 무인 결제시스템과 다르다. AI 기술이 탑재되지 않은 기존 매장은 고객이 물건을 사려면 일일이 직접 계산을 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10개를 산다고 하면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매장에는 폐쇄회로(CC)TV만 설치돼 있어 보안도 취약하다.

AI 무인매장은 이와 다르다. 사전에 신용카드만 등록하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고객은 매장 안에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물건을 몇 개를 집든, 가방에 넣든 주머니에 넣든 들고 나오기만 하면 사전에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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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롯데정보통신 1층에 있는 세븐일레븐의 모습. 이곳에선 'DT 랩(LAB)'이라는 무인매장을 시범적으로 구성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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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나 담배 등 성인만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청소년이 들고 나갈지에 대한 염려도 없다. 얼굴인식만으로 사용자가 성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처음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의 얼굴을 AI 판매기에 등록하면 다음부터는 통신 앱 등을 활용해 성인인증을 하지 않아도 얼굴인식만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AI 안면인식 기술과 AI 카메라, 무게감지 센서, 자동결제 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AI 카메라는 고객이 구매한 상품이 무엇인지 이미지로 분석하고, 선반마다 달린 무게감지 센서가 고객이 상품을 집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입구에 있는 자동결제 시스템은 고객이 별다른 행동 없이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이미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 되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어디에도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자동결제 시스템이 탑재된 입구와 출구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안면인식으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AI 주류판매기'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장치가 높이 달려있어 휠체어를 타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AI 무인매장, 휠체어 탔더니 '입구 컷' 당했다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롯데정보통신 1층 세븐일레븐. 이곳에는 'DT 랩(Lab) 스토어'가 자리해있다. DT 랩 스토어는 지난해 8월 세븐일레븐과 롯데정보통신, 딥브레인AI가 협업해 제작한 AI 무인매장이다. 매장 밖에는 AI 가상인간이 매장을 안내하고 궁금증을 질문받는다. 매장 안에는 자동결제시스템이 장착된 무인매장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매장에 직접 휠체어를 타고 가봤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사람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AI 기술이 진정으로 편의성이 필요한 교통약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매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느껴졌던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직원 없이 물건을 사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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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인매장 앞에 선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매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자동결제시스템을 위해 설치된 입구와 출구는 가로 폭이 65센티미터(cm)에 불과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휠체어를 이리저리 조작해보았지만, 고작 1미터(m) 길이도 안 되는 입구 통로는 입장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아직 시범 운영되는 편의점이기에 그랬던 걸까? 이미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고 백화점에 설치된 무인매장은 다르진 않을까. 다른 무인매장 상황을 알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 현대로 향했다. 이곳 6층엔 현대백화점그룹 IT 전문 자회사인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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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와 음료 등 간단한 먹을거리와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 스마트폰 케이스와 립밤 등을 판매하는 이곳 역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매장 입구에 도착한 순간 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휠체어가 통과하기에는 입구가 너무 좁았다.

언커먼스토어에 근무하는 직원은 휠체어를 타고 입구 앞에 있자 "입구가 좁아 매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안에 있는 물건을 어떻게 구매하면 좋을지 묻자 "고객센터에 문의해봐야 한다"고만 답했다.

매장 안에 있는 물건도, 첨단 기술이라 불리는 AI 카메라와 센서, 자동결제시스템도 이 매장을 이용하려는 교통약자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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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언커먼스토어의 입구도 휠체어가 들어가긴 좁았다. (사진=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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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매장에 들어간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물건이 위치한 선반이 높아 물건을 집을 수 없었다. 사람의 편의성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개발되고 있는 AI 기술은 매장 설계 등의 문제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얼굴로 성인인증 하라는 데...'얼굴이 안 닿네'

직원을 통해 신분증 검사 없이 주류를 살 수 있다는 'AI 주류 판매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AI 주류 판매기는 현재 편의점 내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현대지식산업센터 1층 '아이스 Go24(AISS Go24)' 무인 편의점은 AI 판매기로만 운영되고 있다. 술이나 담배 등 성인 물건을 무인으로 판매한다. 성인인증은 얼굴인식으로 이뤄진다. 통신사 패스 앱을 통해 성인인증을 한 후 얼굴을 등록하면 다음부터는 별도 인증 없이 얼굴인식만으로 인증을 마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 매장은 자동결제시스템이 입구에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인식이 문제였다. 얼굴을 인증할 수 있는 장치가 사람이 서 있을 때 하기 편한 위치에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는 얼굴 인증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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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있는 직원은 "장치의 위치 문제 때문에 얼굴인식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제품이 있으면 직접 꺼내주겠다"고 안내했다.

굳이 얼굴을 인식하지 않고 조작만으로 제품을 살 수 있는 AI 주류 판매기는 어떨까?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24 매장에는 AI 주류 판매기가 운영되고 있다. 얼굴인식은 하지 않고 판매기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성인인증과 제품을 선택하면 주류를 살 수 있는 판매기다.

이 판매기 역시 터치스크린이 너무 위에 설치돼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휠체어를 타면 겨우 닿을 수 있는 위치였다. 앉아서는 스크린에 어떤 문장이 쓰여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고 맥주를 꺼내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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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에 설치된 AI 무인 주류판매기도 휠체어를 탄 사람이 터치스크린을 조작하긴 힘들어 보였다. (사진=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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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이미 키오스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키오스크는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음식점과 카페 등의 매장에 많이 도입돼 있다. 고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한다.

키오스크 상용화가 많아지면서 매장에서는 주문만 받는 직원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직원이 주문도 함께 받는다. 이 때문에 주문을 받는 직원이 가판대에 계속 상주하지 않아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은 직원을 별도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키오스크는 일반인은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교통약자는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사람이 서 있는 높이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점에서 휠체어를 타고 키오스크를 주문한 결과 터치스크린에 있는 모든 상품을 고를 수 없었다. 터치스크린 아래쪽에 있는 메뉴는 손이 닿아 주문할 수 있었지만, 음식점이 메인으로 내놓은 대표 음식은 위쪽에 위치해 있어 주문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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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주인은 "사실 휠체어를 타고 오는 사람이 적어 키오스크가 교통약자에게 불편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매장을 찾는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교통약자까지 다양하기에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AI는 사회적 약자에 더 필요, 기술 배려 있어야"

AI를 활용한 무인판매 기술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추세에 필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야간근무자를 기술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 판교에 있는 아이스 Go24 무인 주류판매기에 사용되는 질량감지 센서를 개발한 하나시스의 이정용 대표는 "주류판매기는 심야 근무자를 대체할 수 있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며 "AI 주류판매기를 사용할 경우 편의점 대표는 청소년의 주류 구매로 인한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억울함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형평성에 어긋나면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교통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은 또 다른 차별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유창동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한국인공지능학회장)는 "AI 기술은 사실 일반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필요한 기술"이라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음성인식 기술의 경우도 일반인에게 꼭 필요한 기술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계에서 사용하는 무인 기술과 로봇 기술도 일반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비전AI 기술을 일본 지하철에 공급하고 있는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교통약자가 편한 환경은 일반인에겐 훨씬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최근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회사가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면 AI 산업이 전체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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