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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베트남과 한국은 음악까지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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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3일 글로벌포럼에서 협연을 펼친 양바오칸 씨(오른쪽)와 김영재 씨.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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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통 의상과 한복을 차려입은 앳된 두 청년의 손끝에서 구슬픈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한국 전통 악기 피리의 꿋꿋하면서도 섬세한 선율에 베트남 전통 악기 '단버우'의 소박한 멜로디가 어우러진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매경 글로벌포럼이 열렸다. 양국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 더욱 견고한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두 청년의 연주가 분위기를 더욱 돋웠다.

연주에 참여한 양바오칸 씨(32)와 김영재 씨(19)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동문 사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양바오칸 씨의 석사 공연 준비를 우연히 김씨가 돕게 되면서 둘은 우정을 쌓았다. 양바오칸 씨는 "코로나19가 막 발생한 2020년부터 한국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해 한국인 친구가 거의 없다"며 "영재가 너무 친절하게 공연 준비를 도와준 것에 감동해 친구가 됐고 공연까지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바오칸 씨는 호찌민 국립음악원에서 베트남 타악기를 전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과정에서는 타악, 그중에서도 장구를 특히 깊이 공부했다. 베트남에서 공부할 당시 그는 베트남 음악과 유사한 한국 전통 음악에 매료돼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양바오칸 씨는 "(두 나라 음악은) 음을 떨거나 꺾는 창법이 비슷하고 음색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 음악만이 지닌 매력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음악은 깊게 배우면 정말 재미있다"며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 음악은 2박이나 4박이 기본 박자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 음악은 3박이 많아 장단이 화려하다"고 부연했다. 두 나라 음악이 지닌 공통점과 차이점을 오묘하게 녹인 작품을 졸업 공연 작품으로 선정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양바오칸 씨는 베트남 음계와 전통 멜로디를 발전시켜 새로운 곡을 작곡한 뒤 한국 전통악기인 운라로 연주하는 공연을 했다.

김씨와 양바오칸 씨는 국적은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도 비슷하고, 전통 악기라는 관심사도 비슷하다. 양바오칸 씨는 한국 관악기를, 김씨는 양악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조만간 찍어 유튜브에 게시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김씨와의 인연은 물론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양바오칸 씨의 애정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바오칸 씨는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장구는 물론 아쟁, 가야금 등 한국 전통 악기를 많이 샀다"며 "올해 베트남에 있는 한 대학과 협력해 한국 악기 전시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에 감사해 베트남에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란다. 한국이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큰 편이지만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어 사회·예술 분야 전공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유학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어려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양바오칸 씨는 여러 번 언급했다.

더 먼 미래에는 베트남에서 한국 전통 음악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양바오칸 씨는 "베트남에는 중국에서 유학해 중국 전통 음악을 전공한 선생님들은 많은데 한국 전통 음악을 공부한 선생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한국 음악에 관심이 있는 베트남 학생들을 모아 악단도 만들고, 한국으로 유학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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