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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의장 단독선출 압박하는 민주, 원내대표 필리핀행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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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민주당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오른쪽)과 전용기 의원(왼쪽)이 28일 국회 의사과에서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2.6.28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소집에 이어 후반기 국회의장 단독 선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28일 국회 의사과에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냈다. 한 달째 이어지는 입법 공백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한 만큼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6월 말까지는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여당을 설득하는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여당이 전향적인 양보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이달 말까지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민주당은 의장단 단독 선출도 불사할 방침인 듯하다. 민주당은 국회 규정상 다음 달 1일부터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어 원하는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끝내 타협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정상화란 국회의장 단독 선출을 말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일단 그것이 첫걸음"이라며 "(임시국회) 소집 공고된 그 날에 본회의를 열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내달 1일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 재시작의 신호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8일 "2020년 전반기 국회의 재연이 될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금은 국회의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의사 일정을 작성할 주체가 없다. 국회법상 본회의 개의 근거 규정 역시 없다.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인 본회의 소집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돌려주는 것이 '통 큰 양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을 호도하는 꼼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의 합의를 지키기만 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인데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와서 외상값을 갚을 테니까 다른 물건을 더 내놓으라 하는 식으로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법사위 양보 대가로 민주당이 내건 조건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말로만 국회 정상화를 외칠 뿐 진정성은 없는 것 아니냐고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임시국회 소집공고를 낸 것에 대해 "국회법에는 임시회 본회의를 언제 개의할 건지, 어떤 안건을 상정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을 국회 사무총장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며 국회법 위반이자 월권이라며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장 단독 선출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내달 1일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단독 선출 강행 시 '검수완박' 국면에 등장한 '동물 국회'가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월 20대 대선 직후 여야 모두 협치를 강조했지만, 지금껏 협치다운 협치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국회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데에는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는 자신감이 '오만'으로 바뀐 여당이나, 압도적인 의석을 기반으로 여전히 '근육 자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 모두 책임이 없지 않다고 본다. 원 구성 협상에서도 여야 모두 상대가 수용하기 힘든 요구를 내세운 채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21대 전반기 국회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의장단을 단독 선출했다. 국회의장의 여당 단독 선출은 1967년 7대 국회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인 민주당에 의한 의장단 단독 선출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이 협상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시한 가운데 국민의힘 협상 책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여야 모두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고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이 현실화할 경우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고물가 등의 복합위기로 국민의 고통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민생이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면 국민의 실망은 분노로 바뀔 것인데, 정치권이 원하는 것이 정녕 그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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