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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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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신경질환사전] 치매의 전조증상...'경도인지장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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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쉬운신경질환사전을 통해서 다양한 신경과 질환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신경과 질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지장애에 대해서는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나, 확실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지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인지장애에 대해서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닥

40년 전 북미지역의 한 연구진은 해마다 건망증으로 인해 신경심리검사를 받는 환자군 중 10%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같은 연령대 사람들의 평균적인 알츠하이머병 발병률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날 정도였습니다. 의과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정상과 치매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는 질환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연구가 시작되었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질환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질환을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학계는 경도 인지장애의 존재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치매 진단도구가 전무했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치매 진단도구들이 대거 만들어진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기존의 신경심리검사와 더불어 기능적 MRI 검사법이 극도로 발달했으며, 특정 질환의 유무를 볼 수 있는 PET 검사까지 개발되어 인지장애 진단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지장애 검사법

본격적으로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검사법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인지장애나 건망증에 대해서 찾아볼 때 가장 먼저 검사법이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기능적 MRI (functional MRI)는 기존 MRI와 달리 뇌의 모양만을 보지 않고 특정 상황에서 뇌 특정 부위의 혈류와 대사가 증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처음 개발될 때에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지만, 현재에는 믿을만한 연구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임상영역에서 사용되려면 건강보험 적용 등의 문제가 있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는 양성자 단층촬영의 약자입니다. 일부 방사선 동위원소의 경우 붕괴되면서, 음전하가 아닌 양전하를 띤 양전자를 방출합니다. 특히 C-11, N-13, O-15, F-18 등의 동위원소는 이런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소는 생체구성물질에 포함시키기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퇴행성 질환이나 특정 암에서 나타나는 특정적인 분자에 특정 원소를 포함시켜 주사한 후, 붕괴되면서 방출되는 양전자를 측정하고 이를 단층화하여 촬영합니다. MRI가 형태를 보는 검사라면 PET는 기능을 보는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파킨슨병이나 암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PET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일부 보장을 해 주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한 아밀로이드 PET는 건강보험등재를 위해 심의 중에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분류

경도인지장애는 크게 '기억상실형'과 '비기억상실형' 2가지로 분류됩니다. 처음 경도인지장애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기억력과 연관되어 있는 기억상실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현재에는 방향감각, 실행기능, 시공간기능, 언어기능, 성격 등 다른 인지기능의 영역과 연관되어 있는 비기억상실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억상실형과 비기억상실형은 각각 인지기능 영역 침범 범위에 따라서 '단일영역형', '다발영역형'으로 다시 분류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분류는 사실 경도인지장애가 발전되어 나타나는 치매 종류와 크게 관련 있습니다. 기억상실형은 결국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고, 비기억상실형은 전두측두엽 치매, 루이소체 치매로 발전하게 됩니다.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국내의 경우 대략 60세 이상 인구의 20%가 경도 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예상됩니다. 이 중 10%는 매년 각종 치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질환의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에 알츠하이머병에 사용하는 도네페질(Donepezil)제를 처방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닌 단순한 증상완화제일 뿐입니다.

경도인지장애로 오해하는 경우

우울증은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처럼 보이는 일이 흔합니다. 이를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고 부르는데, 노년층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장년층 이후 발생하는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대부분이 불면증입니다. 불면증은 기억력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 의한 건망증 유사 증상은 가성치매처럼 보일 수 있어 반드시 감별해야 합니다. 또한, 불면증 증상이 계속되면 결국 치매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우울증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정신건강의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뇌 소혈관질환도 경도인지장애 증상과 비슷해 혼동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대뇌 소혈관질환은 뇌경색 등 다른 뇌 관련 질환과 다르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없이 조금씩 쌓입니다. 대뇌 소혈관질환이 망가트린 신경회로에 따라서 경도인지장애의 기억상실형, 비기억상실형 두 가지 임상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기억력 저하, 파킨슨 증상, 성격 변화 등이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진행을 막을 수 없지만, 대뇌 소혈관질환은 질환의 유무를 알기만 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력이 감소하는 등 인지기능 저하가 느껴지면 반드시 소혈관질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약물을 통해 어느 정도 증상 조절이 가능하며, 우울증이나 대뇌 소혈관질환은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중장년층 이상인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느껴진다면, 질환이 더 진행되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 검사와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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