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컨선 등 주문 쇄도하는데
지방 기피탓 반년간 지원자 없어
업계는 해외근로자에 ‘실낱 희망’
전남 영암 소재 현대삼호중공업의 일부 협력사들은 최근 조선소 내 현장 근로자 인력난에 이른바 ‘신불자’까지 받기 시작했다. 신불자가 제조업에 취업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대놓고 ‘신불자 환영’까지 채용 공고에 드러낸 것은 조선소 인력난이 갈 데까지 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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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최근 몰려드는 선박 수주 납기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졸 정규 사무직조차 지방이라는 이유로 반년 내내 뽑히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329180) 선박 엔진 제조사 현대엔진은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경력 사원 공개 채용을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직군은 반년가량 적절한 지원자가 없어 또다시 채용 공고가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인사·총무나 회계·원가 등 통상 인기 직군으로 불리는 분야에서도 지원자가 없어 아직까지 직원을 찾고 있다. 현대엔진은 전남 영암 대불산단 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도시권과 멀기도 해 회사에서 바라는 젊은 구직자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체계 변화로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수주가 꺾인 컨테이너선과 달리 LNG선은 주문이 아직까지 계속 밀려드는 중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주요 조선소들은 현재 기준으로 올해 목표 일감의 70%가량 수주를 채웠다.
이처럼 조선소에 뭉칫돈이 몰리는데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 호가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실제 대불산단 내 외국인 일당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8만 원 안팎이었는데 최근 14만~15만 원까지 2배가량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조선소 근로자의 일당(18만 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와 이제 외국인 근로자 ‘프리미엄’을 줄 판이다. 대우조선해양 등이 있는 거제 지역도 외국인 단순 노무 일당이 15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조선사들이 일감이 크게 줄었을 때 인력을 대폭 정리해고한 상처가 있고 20~30대의 제조업 취업 기피 현상이 10여 년 사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주요 조선사들의 저연차 대상 대규모 채용에서도 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 2월 현대중공업은 생산기술직 직원 공개 채용을 했는데 경쟁률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직원들이 대량으로 퇴사한 대우조선해양은 5월 말 대거 사무기술직 채용을 하며 기존 인적성 시험까지 폐지하는 등 2030 직원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중 새로운 임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임금 수준을 기존보다 대폭 높일 생각이다.
조선소 인력 부족에 수주를 반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불산단 내 조선 블록 납품 업체는 인력난에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800억 원가량의 일감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일감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납기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이에 업계는 외국인 인력 확보에 희망을 걸고 있다. 또 목포과학대와 현대삼호중공업, 태국 노동부가 3자 협의체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태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교육과 취업 소개도 진행하기로 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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