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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김종인 "尹, 대표상품이 없다...국힘은 이준석 새싹 밟아야하나" [혼돈의 여권, 빅샷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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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김종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늘 비상 상황에서 등장하곤 했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내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초토화되자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직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몇 달 뒤 다시 호출됐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친윤계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민의힘에서 최근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거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 하락과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안 심사, 당 내홍 등이 겹치면서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김 전 위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당 핵심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김종인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리는 걸 보니 당이 위기가 맞나 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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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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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 전 위원장을 1일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정부 정책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성숙하지 못한 것은 결점이지만, 선거 승리에 공이 있는 젊은 대표를 고립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정부에 대해선 “곧 출범 100일인데 ‘윤석열 정부 뭐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장제원 의원 포럼에 참석했다. 조금 의외였다.

A : “장 의원이 당 혁신을 위해 강연해달라고 해서 나간 것뿐이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할 때 장 의원이 비판을 많이 해서 앙숙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치에서 비판이야 늘 있는 일이다.”

Q : 선거 승리에도 여당이 여러모로 뒤숭숭한데.

A :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절실하게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그런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대표를 어떻게 내쫓느니, 누가 당권을 잡느니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다.”

Q :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A : "예를 들어 초선의원들은 총선 패배 직후만 해도 눈빛이 또렷했다. 하지만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당내 이해관계에 묻혀 변질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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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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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징계안 심사를 앞둔 이 대표는 최근 코너에 몰려있다. 지난달 30일 친윤계 박성민 대표 비서실장이 물러났고, 1일에는 이 대표가 스페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을 마중하러 서울공항을 찾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윤심(尹心) 매달리기에 나섰다”는 뒷말이 나왔다.

Q : 이 대표가 위기인데.

A : “보수 정당에 30대 당 대표라는 새싹이 돋았으면 잘 가꿔줘야 하는데, 오히려 새싹을 밟으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공을 세운 대표를 고립시키느니, 내쫓느니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Q : 이 대표의 잘못은 없나.

A : “성숙하지 못한 면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이 대표의 결점이다. 여당 대표가 화날 때마다 SNS에 반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당의 원로나 중진들을 능가해서 끌어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도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Q : 원 구성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A : “지금 급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정부가 일하려면 국회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해 시간을 끌고 있다. 담대한 해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Q : 담대한 해법이란 무엇인가.

A :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사위원장은 생각만큼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결과가 무엇인가. 정권을 빼앗기고, 지방선거에도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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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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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윤 정부만의 확고한 비전이나 대표상품이 없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당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3%로 한 달 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42%로 데드크로스(긍정·부정평가 역전현상)를 눈앞에 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Q : 임기 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이례적이다.

A : “정권 교체를 내세웠던 윤 정부가 출범 뒤 국민에게 와 닿는 확고한 비전이나 대표 상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간주도 경제 성장’ 같은 과거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

Q : 공정, 통합이 윤 대통령의 대표상품 아닌가.

A : “공정과 통합이 말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공정의 시작점은 경제인데, 경제 정책의 첫발로 법인세 인하 등을 내세워서는 국민이 수긍하지 못한다. 통합도 마찬가지다. 반통합적인 경제 정책이 난무하는데 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나.”

Q :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정확한 로드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경제 실상 등을 냉정하게 제시하고 국민이 어떻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지, 다른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8월 22일이면 윤 정부 출범 100일인데, ‘윤 대통령 그동안 뭐 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Q : 김승희, 박순애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

A : “계속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사활을 걸 교육 개혁과 연금 개혁과 관련 있는 주무 장관 아닌가. 부정적 반응이 심각하다면 이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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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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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해서는 “별의 순간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있다”며 “다만 당 밖에서 갑자기 혜성처럼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 후보군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거론했다.

Q : 윤 대통령도 새롭게 등장하지 않았나.

A : “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례적인 무능 때문에 예외적으로 솟아난 사람이다. 그런 상황이 재연되기 쉽지 않다.”

Q : 오세훈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A : “4선에 성공하고 시의회도 과반을 확보했으니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오 시장 본인에게는 역량을 입증할 판이 깔린 셈이다.”

Q : 안철수 의원도 당권 도전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A :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대선에 대한 꿈을 계속 꾸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안 의원의 처신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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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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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에 대해선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법무부장관을 검사처럼 충실하게 잘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묘한 말을 남겼다.

Q : 어떤 의미인가.

“명석함이나 칼 같은 법률의 잣대만 가지고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 법무부장관은 검사가 아니다. 정무의 영역에서 법치주의만 들이댄다면 곧바로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만약 한 장관이 만약 별의 순간을 잡을 뜻이 있다면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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