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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K게임 수출 年 12조인데···'사행성·질병 낙인'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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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규제 주머니 OUT

AI 패권경쟁 속 아날로그 규제 갇힌 한국

■ '시대역행' P2E·NFT게임 규제

게임업계, 전면 허용 요청에도

문화부선 원론적 답변만 반복

대작·블록체인 결합 시너지 불구

사행성 이유 매번 등급분류 취소

게임 과몰입 질병논의 재부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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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게임 수출 규모는 94억 4000만 달러(약 12조 원)로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의 69.5%를 차지했다. 명실상부 ‘수출 효자’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국내 규제 환경은 게임사들에 척박하기만 하다. 전 세계에서 중국과 더불어 유일하게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와 대체불가토큰(NFT)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게임 과몰입을 의학적 병으로 규정하는 ‘질병 코드’ 도입 우려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최근 박보균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P2E·NFT 게임 전면 허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신기술과 사행성이라는 양면성이 있어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조사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블록체인 게임에 연동된 암호화폐 지갑 수는 올해 1분기 122만 개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0%나 급증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며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지만 지난해 위메이드(112040)·컴투스(078340) 등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3N(넥슨·넷마블(251270)·엔씨소프트(036570))’과 크래프톤(259960)까지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게임사들은 뚜렷한 사용처가 없었던 테라·루나와 달리 게임 코인의 경우 ‘게임’이라는 명확한 사용처가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까지 블록체인 게임 대부분이 ‘엑시 인피니티’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도 국내 게임사들에는 기회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대작 게임 개발력을 블록체인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메이드가 지난해 8월 글로벌 출시한 ‘미르4’가 대흥행하며 이 같은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문제는 블록체인 게임은 정작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게임법은 사행성 우려를 내세워 게임 내 재화의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항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의 핵심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면서 획득한 결과물을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유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와 연동해 현실 세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게임법은 이를 ‘사행성’이라는 낡은 틀로만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법상 P2E, NFT 게임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P2E 32종에 대한 등급 분류 취소를 통보했다.

전문가와 업계는 게임 출시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올해 초 기자 간담회에서 “출시 자체는 허용하되 향후 부작용이 생기면 이에 대해서 규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과 교수도 “사행성 우려보다 혁신에 초점을 맞춰 선도입 후규제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업계를 달궜던 게임 질병 코드 도입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한 ‘WHO 국제질병분류 11판(ICD-11)’이 올해 전격 발효되면서다. 논란 당시 정부가 게임 질병 코드 국내 도입을 위해 꾸렸던 민간 협의체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최근 3건의 연구 용역을 완료하며 활동 재개를 알렸다. 늦어도 2026년 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전까지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협의체 내에서도 부처별로 입장이 크게 엇갈려 향후 도입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게임 질병 코드 지정 시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크게 꺾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 시장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를 통해 게임 과몰입에 대해 질병 코드를 부여하면 도입 후 2년간 전체 게임 산업의 평균 매출액이 4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총생산 감소 효과는 12조 3623억 원, 줄어드는 취업 기회는 약 8만 명으로 추산됐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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