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실렛 지역에서 이재민들이 지난달 24일 홍수로 무너진 집을 정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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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자연재해 몸살을 앓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는 폭우로 이재민이 속출하고, 유럽에선 폭염으로 알프스 빙하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보건국 산하 보건비상운영센터의 일일 홍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부터 이날까지 우기 누적 사망자 수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중 75명이 물에 휩쓸려 숨졌고, 15명은 벼락 맞아 사망했다. 방글라데시의 대부분 하천이 범람하면서 여러 마을이 침수됐다. 이번 우기에 최소 1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 붕괴됐고, 농작물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에 따르면 특히 지난달 초부터 북동부 수남간지 지역과 실렛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두 지역의 각각 94%, 84%가 홍수로 인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만 약 720만 명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국제구호기관은 추산했다.
방글라데시와 면하고 있는 인도 북동부에서도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인도 북동부 아삼 주(州)에서는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이곳에는 월평균 2배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다. 이웃 메갈라야 주에선 같은 기간 월평균 강수량의 3배가 쏟아졌다. 또다른 북동부 지역인 마니푸르 주에선 지난달 30일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이날 42명으로 불어났다.
동남아 지역의 몬순 우기는 6월 초부터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지는데, 올해는 이보다 이른 3월부터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이변 때문에 몬순 주기가 불규칙적으로 바뀌며 때 이른 폭우가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평균 기온이 1976년 이후 최소 섭씨 0.5도 이상 오르면서 최근 몬순의 주기가 바뀌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AP는 복수의 기후 전문가를 인용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이변으로 장마철이 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이는 통상적인 몬순 우기 내내 내리는 비가 단기간에 쏟아져 내리고, (비가 내려야 할) 어딘가는 가뭄이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다리가 홍수로 물에 잠겨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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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남반구 호주의 동부 지역에도 연일 집중 호우가 내려 일부 하천이 범람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전역의 주민 수천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도미니크 페로테 NSW 주 총리는 "주 전역에서 3만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호주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강력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최근 NSW 일부 지역에 35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다. 호주 기상청은 이날도 "향후 12시간 동안 뉴캐슬에서 시드니 남부까지 NSW 주 전역에 약 10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현지 긴급구조대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홍수 피해로 인한 수백 건의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 일대에서 3일(현지시간) 빙하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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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에선 설산의 빙하가 붕괴하면서 산사태로 발전해 등반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 일대에서 큰 얼음덩이가 떨어져 나와 산비탈을 타고 등반객을 덮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초여름 폭염 속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며 빙하 일부가 떨어져 나오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돌로미티 산맥의 마르몰라다산은 높이 3300m에 달하며, 겨울철 스키장으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빙하가 급속히 녹아 사라지고 있는 상태다. 이탈리아 국영 극지과학연구소 CNR 연구센터의 전문가들은 AP에 "이 빙하 대부분은 이미 녹아 사라졌으며, 앞으로 25~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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