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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달콤새큼한 첫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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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칼피스
한국일보

아사히그룹 칼피스 홍보 영상 화면. asahigroup-hold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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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독일 공산당과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이 잇달아 창당했고, 한국서는 3·1운동과 고종의 국장(3월 3일)이 치러졌고, 모스크바에서는 코민테른이 출범했고,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그해 7월 7일 일본에서 유산균 음료 ‘칼피스(カルピス)’가 출시됐다.

칼피스는 한 승려 출신 사업가가 1900년대 초 내몽골(현 중국자치구)에서 맛본 음료- 아마도 마유주 ‘아이락(Airag)’- 맛과 제조법을 응용해 개발한, 일본 최초 유산균 음료이자 지금도 시판되고 있는 최장수 음료 중 하나다. 워낙 장수 상품인 데다 인기도 여전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시대를 알리기 위해 그 시기 칼피스 CF나 상표 디자인을 슬쩍 보여줄 정도라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주인공이 얼린 칼피스를 셔벗처럼 긁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말 젖을 차게 식힌 뒤 효모로 발효시킨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 음료 아이락은 생유산균이 발효하면서 알코올 성분을 만들어내지만, 칼피스는 살균과정을 거쳐 장기 유통, 보관이 가능하고 알코올이 없어 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건강기능성 음료라는 사실 덕에 국민음료로 등극했다. 우유처럼 뽀얀 빛깔에 달콤새큼한 맛을 ‘첫사랑의 맛’이라고 선전한 초창기 광고 카피도 인상적이었다.

두 차례 주인이 바뀌며 지금은 아사히음료 자회사가 된 칼피스 주식회사는 물로 희석해 마셔야 했던 오리지널 원액 제품뿐 아니라 탄산 희석음료, 알코올 음료, 과일 맛을 가미한 음료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며 세계시장으로 진출했다. 타사의 유사 경쟁제품도 잇달아 출시됐다. 미국서는 상품명이 ‘cow piss(소 오줌)’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칼피코(Calpico)’란 상표를 달아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장수 유산균 음료 야쿠르트는 일본서는 1935년, 한국서는 1971년 출시됐다. 한국의 ‘현역’ 음료수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50년 시판된 ‘칠성사이다’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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