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민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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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취약해진 노인 의료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재유행에 대비해 조기 발견과 진단 등 패스트트랙이 원활히 가동되고, 노인의학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수련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와 함께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기석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중증 위험군인 노인의 높은 사망률을 지적했다. 지난 5월 기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자료를 보면, 70~79세 노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23%, 80세 이상은 5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초과사망자(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사망자 발생)는 고령일수록 훨씬 많았다. 지난달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74세 초과사망자는 612명, 75~84세 초과사망자는 1317명, 85세 이상은 2370명에 달했다. 정 교수는 “전쟁이나 대형사고, 천재지변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숫자”라며 “초과사망이 생긴 건 다른 사건,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기준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코로나19 연령별 사망률. 신현영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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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는 나이와 ‘노인의 병’인 폐렴이 꼽혔다. 코로나19에 걸린 상당수 노인들이 노인 사망 원인 3위인 폐렴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흡한 보건의료 정책이 노인 사망률을 높였다고도 지적했다. 노인 확진자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진단 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재택치료 원칙으로 대면 진료가 없어지고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를 소극적으로 처방한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요양시설의 경우 촉탁 의사가 약 처방을 할 수 없었던 점 등 제때 진료와 처방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률이 올라갔다고 봤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8511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2만명에 육박했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재유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노인 의료의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교수는 “다음 팬데믹도 노인에 치명적”이라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조기 입원, 집중 치료로 이어지는 패스트트랙을 정비하고 노인관련 제도와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노인 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에도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1월~12월 70세 이상 노인 41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3%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는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0%, 필요할 때 의사를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87%에 달해 노인 의료의 접근성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자신의 의사가 노인병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에 그쳤고, 대상자의 76%는 노인병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보면, 영국은 별도의 노인의학 전공의 과정을 운영하고, 호주와 캐나다, 미국, 대만 등은 기본 전공의 과정 후 노인의학과 관련한 추가 수련을 거친다.
손 교수는 “대다수 한국 노인은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쉽게 만날 수 있는 의사가 있지만, 다수는 노인병에 대한 미충족 니즈를 가진다”며 “빠른 고령화에 따른 미충족 니즈의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맞는 노인의학 수련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이 현재는 질병 단위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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