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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부는 간섭 않고 지원만"…파리, 스타트업 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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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창업 최전선 '스타시옹F' ③ ◆

매일경제

프랑스 파리 13구에 위치한 유럽 최대 오프라인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 `스타시옹F` 안에 개관한 프랑스 최대 레스토랑 체인 빅마마가 직접 운영하는 `라 펠라치타` 전경. 열차 차량과 그 외부를 활용해 만든 총 1000석에 달하는 이곳은 스타시옹F 근무자뿐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드는 파리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파리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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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뜨거운 창업 열기는 정부와 민간의 합작품에 가깝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형태다. 실제로 스타시옹F는 민관 합동 스타트업 육성 단체인 '라 프렌치 테크'가 운영한다. 라 프렌치 테크는 스타시옹F를 업무와 휴식공간 등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든 생태계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벤처캐피털(VC), 학계, 규제당국이 한 공간에 모여 생활하는 '스타트업 생활권'을 만든 셈이다. 단순한 공간 제공뿐 아니라 창업자들의 멘토링, 교류 프로그램도 활성화됐다. 스타시옹F 입주 기업에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각종 행정 지원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주요 대학과 연구소 연결 등 프랑스 벤처 생태계와의 밀접한 네트워킹이 제공된다. 소프트로봇 전문가인 조규진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창업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대학과 연구소를 창업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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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프랑스가 정부 차원에서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글로벌 인재 유치다. 프랑스 정부는 스타시옹F 개관과 함께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로자, 투자자들이 가족과 4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제도인 '프렌치테크 비자'를 도입했다.

스타시옹F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경쟁적으로 직접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시옹F에 입주하기 위해선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경쟁률이 10대1을 훌쩍 넘는다. 프랑스보다 미국과 영국 국적 기업이 더 많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큐베이팅 파트너가 되겠다고 나섰다. 7일(현지시간)에는 기업용 디지털 플랫폼 슬랙(Slack)이 33번째 후원·입주사로 합류했다. 스타시옹F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혁신 기술이 개발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곳을 중심으로 도심이 재생되며 스마트시티로 변신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프랑스 최대 레스토랑 체인 빅마마가 직접 운영하는 '라 펠라치타'가 스타시옹F에 문을 연 것도 대표적이다. 열차 차량과 그 외부를 활용해 만든 총 1000석에 달하는 이곳은 파리의 명물로 부상했다.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스타트업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2008년부터 집권 세력이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10년 넘게 꾸준히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이어온 덕분이라는 평가다. 프랑스 정부는 '정부가 지원은 하되 주도하지 않는다'는 이념 아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프랑스의 '창업국가 대전환'을 연구해온 김태완 서울대 교수는 "2019년 기준으로 프랑스 창업 기업 수는 81만개를 넘었고, 이에 따라 8%를 넘었던 높은 실업률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35세 미만의 청년 창업 비율이 57%에 달하며, 스타트업과 관련해 영국에 뒤지고 있던 프랑스가 국가 차원의 대전환을 시도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스타트업 발전에 온 힘을 기울이는 까닭은 경제 성장에만 있지는 않다. 프랑스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주권'이다. 파리 현지에서 만난 여러 정부 관계자와 기업가들이 스타트업 육성 목적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 역시 주권이었다.

급속한 성장을 추구한 후 기업공개(IPO)나 매각 등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활동에 초점을 둔 미국 실리콘밸리와의 차별점이다.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이 프랑스와 유럽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향후 국제 무대에서 기술 발언권을 갖기 위해서는 프랑스만의 스타트업 발전이 필수라는 시각에서다.

[파리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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