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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준석 후폭풍] '보이지 않는 손' 존재하나…이 대표와 윤핵관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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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입당 시절부터 당 대표 '패싱' 논란 잇달아

경준위·역선택 방지룰 놓고 친윤vs반윤 대립 구도

이 대표 쇼츠 공약·갈라치기 등 캠프 부담도

아시아경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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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을 두고 여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치 개입이라는 탄식이 흘러 나온다.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가 현역 당 대표에게 이례적으로 중징계 결정을 내린 점,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성상납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면서도 이에 대한 품위유지 의무는 위반했다는 석연치 않은 결정 등을 통해서 볼 때 사건의 본질 자체 보다는 어떤 정무적인 판단이 징계 사유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징계 결과에 대해 8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타깝지만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당을 수습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당으로 나가는 데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치를 너무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의 다툼에서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 대표와 선을 긋는 것처럼 풀이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징계에서 작동한 보이지 않는 손은 윤 대통령과 그 주변,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연관돼 있다. 이 대표와 윤핵관은 끊임 없이 마찰을 빚어 왔는데 결국 이번 윤리위 징계로 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윤통 입당이 낳은 갈등의 씨앗
이 대표와 윤핵관 사이 갈등의 시작은 1년 전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부터 이 대표와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2021년 7월 30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모두 국회를 비운 상태였다. 이날 국회에 있었던 권영세 전 대외협력위원장이 홀로 윤 대통령의 입당 원서를 받았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 치고는 단촐한 입당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는 했지만 통상 하루 전에 공지되는 대표의 일정을 모른다는 것은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패싱'을 의미했다. 당 공보실은 당일 '윤 전 총장(대통령)의 당사 방문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공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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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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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음이 상한 채 진행된 입당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갈등은 예상된 결과였다. 이 대표가 꾸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는 윤 대통령 측, 당시 캠프의 반대에 부딪혔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준비한 토론회는 윤 대통령 측에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줄줄이 좌초됐다. 윤 대통령 캠프에서는 지지율이 높은 윤 대통령을 대우해 주지 않는다며 이 대표를 겨냥한 듯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캠프 정무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토론회가) 당 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거면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 없을 때 입당, 직후부터 뭐가 그리 잘못돼 당내 행사 보이콧을 종용하고 이제는 탄핵까지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당을 흔들어도 공정 경선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역선택 방지 관련 룰 도입과 관련해 내분은 격화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끝까지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부터 윤석열 대 반윤석열 구도가 두드러졌다. '공정한 경선 버스 운행'을 약속했던 이 대표의 체면도 구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논란에 당시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갈등 위험 수위 치달아
李,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하기도
차기 전당 대회 대결 구도로 이어지면 지지율 하락세 면치 못해


이 대표와 윤 대통령, 또 윤핵관의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는 '여기까지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고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도 계속된 윤핵관과의 신경전 결과였다. 당시 이 대표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두고 자신이 비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돌연 잠적했다. 이후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울산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화해의 자리를 만들어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수진 최고위원과 또 다시 부딪힌 이 대표는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등을 사퇴하는 방식으로 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에서도 이를 두고 상당히 난감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가 선대위직을 모두 내려놓은 상황도 매우 이례적인 판단이었다.

윤 대통령 측에서도 이 대표가 돌연 연락을 끊고 지방으로 돌거나 아슬아슬한 발언을 할 때마다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올해 초엔 당시 원내지도부가 당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일괄 사퇴를 발표하는가 하면, 이 대표 사퇴 요구를 공식화하는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의총에서 추경호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아직 볼 수 없다"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제 당 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을 할 때가 됐고 여기서 결정하자"고 말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또 이 대표가 캠프와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59초 쇼츠 공약'을 남발하거나 무리한 성별·세대 갈라치기 등을 한 점도 윤 대통령 측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월급 200만원을 들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쇼츠 공약을 만들 때 보좌진들한테도 아이디어를 내어 달라는 이 대표 측 요청이 있었다"며 "예산 검토나 후속 조치 등 내실 있는 논의 없이 낸 제안들이 그대로 반영돼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로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지 않고 한 발씩 물러나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집권 여당에서 현역 당 대표 징계라는 역사적 불명예는 기록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속된 갈등 표출은 지지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피로감을 준다. 국민의힘이 이번 징계를 발판 삼아 차기 당권 투쟁의 길로 들어선다면 하락세를 탄 지지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지지율 또한 덩달아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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