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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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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문재인 청와대’ 직접 저격...“정치 공세 말고 조사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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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영범 홍보수석이 1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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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탈북 어민 북송 의혹 사건과 관련된 신·구 권력 충돌이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실은 17일 “야당과 지난 정부의 관련자들이 해야 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별도 자료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수차례 지목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공식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통일부가 북송 당시 영상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정부·여당의 전 정부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안보 이슈를 둘러싼 대결 정국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영범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수는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 정부 인사들의 조사 협조를 압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 수석의 브리핑은 이날 오전 정 전 실장이 이날 낸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반박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정 전 실장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해당 탈북 어민들은)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라며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이라고 했다. 귀순 의사를 파악한 과정을 두고는 “이들은 제압당할 당시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고 했다. 귀순 의사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가 (이후)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었던 만큼 정 전 실장 입장문은 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다.

최 수석은 정 전 실장 입장문을 두고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서 결론을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의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도 “궤변”이라고 했다. 최 수석은 “이 사람들이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는 왜 무시했다는 말인가. 사안의 본질은 당연히 대한민국이 받아들여서 우리 법대로 처리했어야 될 탈북 어민들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건 당시 관련) 국회 보고도 현장 지휘자의 문자 보고가 언론에 노출되자 마지못해서 한 것 아닌가”라며 “떳떳한 일이라면 왜 정상적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안보실의 차장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게 영관급 장교의 직접 보고를, 그것도 문자로 받았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JSA 대대장이 김유근 당시 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송환 계획을 보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로 낸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직접 지목해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신호정보(SI)의 보안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북한 당국의 입장에 부합하도록 활용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자필 귀순의향서와 함께 시작되는 중앙합동정보조사를 평가절하했다”며 “보통 1~2달 걸리는 검증 과정을 2~3일 내에 끝내는 등 탈북민 합심조사를 부실하게 강제로 조기 종료시켰다”고 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전 정부 NSC 상임위원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새 정부 초반 신·구 권력 사이 긴장도가 고조되고 있다. 최 수석이 정치 현안과 관련해 처음으로 브리핑에 나선 주제가 ‘북송 사건’이라는 점을 두고도 정치적 해석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두고 “마침 이게 제일 큰 현안이라 하게 된 것이지 과잉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과 통일부도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당·정·대가 탈북 어민 북송 의혹 사건 관련 총력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정 전 실장이) 강제북송된 탈북어민을 향해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라며 강제북송 사건을 두둔하고 나섰다”며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믿은 것”이라고 적었다. 권 대행은 “나포 5일 만에 강제북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검증”이라면서 “멀쩡한 우리 공무원은 월북으로 몰면서, 북한 말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고 했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사건 발생 2년8개월만에 당시 촬영된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영상 공개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통일부는 이날 공지를 통해 “(국회 요청에 따라 북송 당시) 촬영한 영상이 있는지 보니 현장에 있던 직원 1명이 개인적으로 북송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했음을 확인했다”면서 “개인이 촬영한 자료로서 통일부가 공식 관리하는 자료가 아닌 만큼 국회 제출 여부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실은 답변하시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 수석 브리핑을 재반박했다. 윤 의원은 “합동신문이 1~2개월 걸린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라며 “만약 북한으로 송환한 경우 1~2개월이 걸린 사례가 있으면 내놓아 보라”고 했다. 또 “스스로 16명을 죽였다고 자백했는데 대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어떤 이유로 이들이 살인마가 아니냐”고 했다. 또 “귀순할 사람이 왜 귀순할 국가의 군대를 만나니깐 도망을 갑니까. 한두 시간도 아니고 이틀을 도망다녔다”고 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은 이 북송 어민이 (남측에서) 무죄를 받고 우리 국민 속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면서 “온갖 억지와 궤변으로 냄새를 피울 수는 있어도 진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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