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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아니, 재고 있다면서"…오픈런에 소비자·편의점주 모두 지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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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모델이 원소주 스피릿 출시 홍보 포스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GS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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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달라고 난리야. 그런데 박재범이 누구여?"

경기도 하남시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70대 점주 A씨는 '박재범 원소주' 재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 귀한 것이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이 찾아와 물어보는데 전화 문의까지 빗발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GS25가 최근 '박재범 원소주'를 업계 단독으로 출시해 판매 중인 가운데 소비자와 점주들이 모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포켓몬빵 대란에 이어 또 다른 번거로움이 생겨났다는 지적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이날부터 점포별 원소주 발주 물량을 일주일에 12병에서 6병으로 줄였다. 이달 12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확보했던 초기 물량보다 일선 점포에서 소진되는 양이 많아 빚어진 일이다.

GS25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오늘(18일)만 일단 (각 매장에) 하루 2병으로 하고, 곧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상화 예상 시점 등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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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피리츠가 제작, GS25와 GS더프레시를 통해 판매 중인 '원소주 스피릿(WONSOJU SPIRIT)' 제품. [사진 제공 = 원스피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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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인기에 '원소주' 품귀…편의점주 "재고 없다는 말 반복"


편의점에서 품귀 대란이 빚어진 '박재범 원소주'의 정확한 제품명은 '원소주 스피릿'이다. 이 제품은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주류기업 원스피리츠가 '원소주'에 이어 후속작으로 선보인 증류식 소주다.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건 가수 박재범이 만들었다는 점이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서다. 서버 오류를 일으켰던 원소주 온라인몰이 내달 초까지 운영을 중단한 상태여서 구입처가 사실상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뿐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으로 대거 몰리다 보니 소비자와 점주, 아르바이트생 등이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려는 이는 많은데 물량은 충분치 않아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아도 허탕을 치는 게 부지기수다. 또 편의점 직원들은 "재고가 없다"는 말을 반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친 소비자들의 원성까지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GS25 점주 B씨는 "들어와도 순식간에 나가버린다. (입고 시간을) 얘기해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모르겠다"며 "매일 재고 없다는 말을 몇 번씩 하느라 힘들다. 사람들도 편의점에 오면 화만 내고 간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손님들이 아쉬워하고 가면 그래도 양반"이라며 "전화로 예약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고, 화를 낸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아무리 찾아다녀도 왜 없냐며 우는 손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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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원소주' 출시 기념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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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재고 실시간으로 반영 안 돼…"하루 10병 이상 입고해야"


입고량이 적은 점도 문제지만, 설상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재고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GS25는 '나만의 냉장고' 앱 내에 있는 온라인 주류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원소주 재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점주들은 판매 내역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앱을 보고 편의점에 오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경닷컴이 경기도의 한 GS25 점포를 확인한 결과, 제품이 판매된 지 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앱에는 '재고 있음'으로 표시되기도 했다. 반면 GS25는 이와 관련, "판매 현황이 앱에 반영되는 데는 최대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거의 실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오픈런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GS25 점주는 "하루에 서너 병씩 팔아서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손님들한테 싫은 소리만 듣고 있다"며 "입고량을 하루에 10병 이상으로 늘려줬으면 한다. 젊은 손님들에게 너무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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