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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인플레 막아라” 세계는 지금 逆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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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준금리 경쟁적으로 크게 올려

“수출 증대보다 물가 관리 시급”

주요 55國 2분기 ‘빅스텝’ 이상 62번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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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달러’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크게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통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환율전쟁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물가를 잡고 나아가 자본 유출을 막으려는 ‘역(逆)환율전쟁’이 발발한 모습이다.
○ 한은 앞서 주요국 61% ‘빅스텝’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8일 기준으로 작성한 주요국 정책금리 추이 문서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회의에서 한국을 제외한 31개국 가운데 19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올렸다. 한은이 비교 대상으로 꼽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61%가 한은에 앞서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힌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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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동유럽 중앙은행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6%까지 오른 폴란드는 7월에 빅스텝을 했는데, 앞서 5월과 6월에도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무려 2%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5월 0.5%포인트, 6월 1.85%포인트나 금리를 올렸던 헝가리는 최근 3개월 동안 금리를 4.35%포인트 올린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이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25bp(0.25%포인트)가 아닌 50bp(0.5%포인트) 인상이 새로운 기준이 됐다”면서 영국 등 다른 나라들도 ‘50클럽’(금리를 50bp 이상씩 높이는 나라들)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주요 55개국 중앙은행이 2분기(4∼6월)에 최소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횟수는 62차례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도 17차례나 이뤄졌다. 이런 큰 폭의 금리 인상은 2000년대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장 최근의 ‘긴축 사이클’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압도적이라는 게 FT의 설명이다.
○ 수출 증대보다 물가 관리 우선

최근 각국의 통화정책은 수출 효과보다 물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애버딘의 제임스 애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각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자국의 통화 약세”라며 “이는 우리가 지난 10년간 봤건 것과 정반대”라고 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킹(King) 달러’로도 불리는 달러화의 초강세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유럽과 중국 등 다른 지역의 통화가치는 연일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양극화는 강달러 현상을 더욱 부채질해서 각국의 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글로벌 대(大)긴축 움직임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방어해 강달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국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며 “과거 미국의 긴축 사이클에서 교훈을 얻은 신흥국들이 초기부터 기준금리를 높여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달리 공급망이 분산되면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해졌다”며 “통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자본유출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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