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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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합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 10년 만에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합계 영업이익 2조5000억원 달성이 현실화하고 있어, 올해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호실적에도 통신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최근 6%대의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 대책의 하나로 정부의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 등 전면적인 요금제 개편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신 업계의 진흥보다는 물가 비상 상황 타개를 우선하는 새 정부의 의지를 봤을 때 영업이익 증가는 중간요금제를 비롯해 저가요금제 등 요금제 전면 개편을 할 수 있는 통신사의 여력을 가늠해보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자일 경우 요금제 개편이 어렵지만, 수익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 경쟁 줄인 통신 3사, 2분기에도 영업익 1.2조원 랠리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2022년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약 1조2319억원으로 7.5%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 합계도 4.6% 늘어난 14조148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SK텔레콤(017670)의 2분기 매출 전망은 4조3068억원으로 전년(4조1250억원)에 비해 4.2%, 영업이익은 4585억원으로 13.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KT는 매출 6조3490억원으로 5%, 영업이익은 6.3% 늘어난 507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분기 매출액이 3조4929억원으로 4.2%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656억원으로 소폭(-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통신 3사의 호실적은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증가 덕이다. 지난 5월 기준 통신 3사의 5G 가입자수는 2400만명을 넘어섰고, 정부와 업계는 연내로 3000만명 가입자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5G의 경우 100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7만원 요금제 가입자의 비중이 커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이 높다. 이를 통해 통신 3사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 28조1136억원, 영업이익 2조5521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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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통신 3사의 분위기도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 통신 3사는 이른바 ‘운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경쟁을 줄여가고 있다. 5G 가입자를 선점해야 하는 초기 시장을 지나,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중기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LG유플러스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2조2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는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2조4358억원에서 2조4257억원으로 0.4% 줄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법 보조금 등 마케팅 경쟁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다”며 “연내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역대급 실적이 요금제 개편 여론 불씨 될까
이러한 호실적에도 통신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최근 정부는 6%대의 고물가 상황에서 민생안정의 하나로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를 대책으로 내놨다. 8월 초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 LG유플러스가 차례로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SK텔레콤은 24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9000원 요금을 담은 중간요금제안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용자약관심사위원회을 구성해 자문을 받은 뒤, 오는 29일까지 요금제에 대한 ‘출시’나 ‘반려’를 결정한다.
다만,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 신청이 공개된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요금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실사용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고 통신사의 이득만을 고려한 중간요금제라는 것이다.
현행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10GB 미만을 제공하는 월 5만원 이하 요금제와 10~12GB를 제공하는 월 5만5000원 요금제, 100GB 이상을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6만9000원~7만50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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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신청한 24GB는 과기정통부가 추산한 국내 5G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7GB(5월 기준)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요금제의 제공 데이터가 평균 이용량을 밑도는 셈이다. 결국 월평균 27GB 이상 이용자는 3GB 이상의 데이터를 저렴하게 사용하기 위해 100GB 요금제에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가능성이 작고, 오히려 10GB 요금제 가입자나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들이 중간요금제로 바꿀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중간요금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뚜렷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동통신사가 진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또 하나의 구간을 만들거나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또한 “5G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용자 데이터 소비량에 비례하는 구간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입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낼 수 있도록 2~3단계 등 구간별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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