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원 이사장은 “조기 진단과 약물치료로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치매 환자는 자신의 일부를 상실해가는 느낌과 절망감에 좌절하기 쉽다.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도 아픔과 함께 지쳐간다. 치매는 ‘무섭고 두려운 병’이란 인식이 강한 이유다. 하지만 치매를 바라보는 이런 태도는 자칫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의 걸림돌이 된다. 대한치매학회 20주년을 맞아 양동원(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에게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과 치료 연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Q : 치매에 대한 포용과 인식이 낮은 실정인가.
“그렇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8명 중 1명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치매 환자 수가 가장 빨리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인식도 설문조사’(2021)에 따르면 치매를 대하는 태도 점수(100점 만점)에서 ‘나는 치매 환자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절망스러울 것이다’는 문항의 점수가 각각 50점, 33점이었다. 또 ‘치매는 종류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다’는 오해, ‘치매 환자에게는 항상 문제 행동이 동반된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Q : 이런 인식이 왜 문제가 되나.
“환자 스스로 질환을 숨기려 하거나 보호자가 환자의 모든 일상을 대신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조기 진단·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이 아직 없는 것도 환자·보호자의 두려움을 키운다. 하지만 완치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 현재 나와 있는 약제를 사용하면 2~3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환자가 보이는 과격한 행동과 불면증 등은 항우울제로 조절이 가능하다. 인지 훈련과 운동 요법으로 뇌 기능을 유지하면서 치매 진행을 늦추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Q : 진행을 늦추기 위한 보호자의 역할은 뭔가.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옆에서 지켜보며 돕는 것이 중요하다. 장을 본 뒤 물건을 계산하고, 빨래를 개거나 요리를 해 먹는 수행 능력은 사용할수록 유지된다. 환자의 실수를 두려워해 보호자가 모든 것을 대신하면 치매 증상은 더 악화한다. 환자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집안일을 수행하면 스스로 성취감·자신감도 유지할 수 있다.”
Q : 코로나19 대유행이 환자에게 미친 영향이 큰가.
“가족을 만나지 못해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고 활동량이 적어져 치매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환자가 많다.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불안감·우울감이 닥치면 남은 기능마저도 확 나빠지는 상황이 생긴다. 식사를 거부하고 우울감을 느끼며 힘들어한다. 집에만 있는 것은 치매 환자에게 가장 안 좋다. 그동안 닫혀 있던 사회시설이 다시 연 만큼 지금이라도 나와 운동하며 바깥세상을 경험해야 한다. 센터에 다시 다니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환자가 적지 않다.”
Q : 학회가 중점을 두는 캠페인이 있나.
“환자·보호자에게 집 안이 아닌 바깥에서의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상예찬’ 캠페인을 올해 대면 프로그램으로 재개한다. 치매 진단 후에는 카페에 가거나 놀이공원을 즐기는 외부 활동이 단절되기 쉽다. 일상예찬은 올해 10년 차를 맞은 캠페인으로, 그간 국립현대미술관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을 대면 프로그램인 ‘일상예찬-다시 만나는 미술관’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치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유튜브에 ‘기억을 부탁해’라는 공식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치매에 대한 이해와 관리, 장기요양서비스와 치매안심센터 활용법 등을 주제로 5분여짜리 동영상 40개를 올렸다. 시즌2에서는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측면 등 말랑말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Q : 중장기적인 치매 정책을 위한 제언이 있나.
“치매 환자가 발생해도 보호자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약제 개발도 더는 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연구비 등 지원사업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대한치매학회는 현재 여러 국가와 연구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기점으로 국제 학술대회인 ‘아시아 치매 퇴치 학회’의 2025년 국내 첫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학회를 주체적으로 끌고 나간다는 건 그 나라의 치료·연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치매 연구의 발전은 곧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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