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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F 2심 '졌잘싸' 금감원…상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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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의무

2심서 감독규정 '별표2' 인정

제재근거 5개는 모두 불인정

손태승 제재 적법성 판단 안해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손 회장이 승소했지만,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관련한 제재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통제 마련 의무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핵심 기준인 ‘금융사지배구조법 감독규정 별표2’를 2심 재판부가 인정하면서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주장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사실 5가지 모두를 인정하지 않아 손 회장 소송 건에 대해선 금감원이 불리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2심 재판부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과 관련한 1심 판결과 동일하게 내부통제 마련의무를 해석한 만큼 3심에서도 다퉈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2심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제재 정당성은 판단하지 않았다.

이데일리

(사진=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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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가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소송 1심 및 2심 판결문을 비교·분석한 결과,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지배구조법 감독규정 별표2’에서 정한 내부통제 ‘설정’(마련) 기준을 ‘실효성’ 여부의 중요 판단으로 인정했다.

지배구조법 제24조와 시행령 제19조1항에 따라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감독규정 제11조 및 ‘별표2’와 ‘별표3’이 규정하고 있는데, 1심 재판부는 ‘별표2’를 “내부통제기준 원칙이나 세부사항을 전반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별표2 기준 부합 여부는 ‘간접적’으로 고려될 뿐”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별표2를 제재 근거로 제시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셈이다. ‘별표2’는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 16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별표2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하면 지배구조법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1심 판결문의 ‘금융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별표2를 제외한 감독규정 및 별표3)을 포함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면 지배구조법 제24조에서 정한 마련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부분을 삭제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함 회장의 1심 재판부와 동일한 판단이다.

함 회장과 관련한 1심 판결에 이어 손 회장이 제기한 2심에서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마련의무를 포괄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금감원의 관련 제재 정당성이 인정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이러한 내부통제 마련의무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5가지 사항에 대해선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판매 후 위험관리,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 △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 5개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3번째(상품선정위 운영 기준 미비) 위반 사실은 인정했으나 2심은 모두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손 회장 소송 건과 관련해선 금감원이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2심 재판부가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만큼 3심에서 다뤄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2심은 금감원이 주장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감독책임자(CEO)에 대한 징계 처분 적법성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당국 관계자는 “3심이 법률심이긴 하나, 이번 건의 경우 1심과 2심도 사실상 법률심 성격이 강하다”며 “함 회장 2심 재판부에서 금감원 손을 들어줄 경우 3심이 2심 판결을 참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감원측은 이에 대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행정소송의 경우 법무부의 소송 지휘를 받는다”며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분석해 금융위원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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