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전선 운명 가를 요충지로 군 사기 높일 상징성"
'수복 최적기' 진단 속 진격중…러, 자국영토 편입에 주력
러시아 점령지로서 병합 추진되고 있는 헤르손 |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개전 초반 러시아군에 빼앗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헤르손주(州)의 주도인 헤르손은 남부 전선 전체의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될 교두보이자 탈환 때 군의 사기를 끌어올릴 상징적 도시여서 전투가 점점 격화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이 도시에서 약 50㎞ 정도 떨어진 지역에 전선을 구축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배치해 러시아군 진지와 탄약고 등을 정밀 타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헤르손 주변 러시아군 보급선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데, 여러 차례 포격으로 실제 물류 인프라를 일부 붕괴시켰다는 전황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군이 막대한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야금야금 집어삼키는 것과 달리 헤르손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주춤주춤하면서도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뜻이다.
드미트로 부트리 헤르손주 주지사는 "전쟁 초반 우리는 이 지역 대부분을 방어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헤르손주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44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드니프로 강 하류에 있는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가 있는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등 주요 대도시로 통하는 길목에 있는 교통 요지다.
러시아에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근처에 있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대도시로 진격하는 데 핵심적인 군사 요충지다.
그 중요성을 고려해 러시아는 개전 초기 가장 먼저 헤르손 장악을 목표로 삼아 포위한 뒤 결국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점령했다.
일부 분석가는 크림반도에 주둔하던 병력을 십분 활용하던 러시아군이 헤르손을 잃으면 남부 전선 전체를 내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작은 파도를 만들고 있다"며 "더 큰 파도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유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헤르손을 장악할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르손 탈환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서방 군사정보당국에서는 러시아가 동부 루한스크주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병력과 장비를 소진해 주춤거리는 현시점에 헤르손 수복 시도의 적기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리처드 무어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최근 미국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현재 러시아가 공세를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기회가 왔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헤르손을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점령 뒤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고 주민들에게 러시아 루블화를 쓰고 러시아 국영매체만 접하도록 했다.
러시아가 설립한 헤르손 정부는 러시아와 합병 여부를 묻는 찬반 주민투표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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