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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전세계 코로나 상황

"쿠바, 코로나19 탓에 무상의료 붕괴 위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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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전 국민 무상 의료체계'를 최대 자랑거리로 삼아왔습니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수립된 쿠바 의료체계의 핵심은 '가족 주치의' 제도입니다.

쿠바 국민은 모두 주치의가 있습니다.

주치의는 주민과 같은 동네에 살면서 오전에 동네 의원, 콘술토리오에서 외래 진료를 보고 오후엔 간호사와 함께 가정 방문 진료를 합니다.

주치의는 주민의 음주·흡연 여부나 만성질환 등 주민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상위 의료기관으로 보냅니다.

의사 한 명이 돌보는 주민은 보통 1천 명 내외입니다.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는 의료체계입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20년 동안 쿠바의 의료비 지출은 다른 중남미 이웃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지만, 그 효율성은 다양한 지표로 입증됐습니다.

의료비 지출 규모는 미국과 비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지만, 기대수명은 오히려 미국보다 쿠바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쿠바의 의료 체계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고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오늘(4일)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 1천100만 명인 쿠바에서 코로나19 공식 사망자는 8천529명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초과사망자' 수는 최대 6만 2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과사망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쿠바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와 초과사망자 수치가 7배나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쿠바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고, 보건당국이 사망자 수를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쿠바의 10만 명 당 초과사망자 수는 55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는 전 세계 상위 20위 안에 드는 수치입니다.

미주대륙 전체 코로나19 초과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368명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초기까지만 해도 쿠바의 예방 중심 의료체계를 각국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의료진을 풍부하게 보유한 쿠바가 이웃 나라에 의료진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원인으로 다양한 요소가 지목됩니다.

먼저 피할 수 없는 원인으로는 고령화가 꼽힙니다.

쿠바 전체 인구의 20%는 60세 이상 고령층입니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인구가 늘어난 셈입니다.

피할 수 있었던 다른 요소들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의료비 예산 부족 상황이 가중됐습니다.

의료용 필수품 공급도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병원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산소나, 의료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 등이 태부족 상태에 빠졌습니다.

쿠바는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접종률을 현재 89%까지 끌어올린 나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접종 속도였습니다.

쿠바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021년 8월, 델타 변이 확산 당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당시엔 쿠바의 백신 접종률이 35%에 불과했습니다.

영국은 64%, 미국은 54%가 백신 접종을 마쳤을 때였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쿠바인들이 오랜 기간 알고 있었지만, 당국이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팬데믹 탓에 부각됐다. 이 나라의 의료체계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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