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면역 기능을 활용한 3세대 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이후 암의 진행이 급격히 가속화하는 이른바 ‘질병 과진행’ 현상을 밝혀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정민규·김창곤 교수, 홍문기 강사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백송이 교수팀은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이에 반응하지 않고 질병이 오히려 과진행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유럽 암 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최근 암 치료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는 면역치료 약제이자 3세대 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는 여러 암종에서 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수의 환자에게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이후 암세포의 성장이 급격하게 빨라지는 질병 과진행 현상이 유발된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현상을 겪은 환자들은 보통의 환자군보다 나쁜 예후를 보인다는 것이 폐암·간암 등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위암에서도 질병 과진행 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면역관문억제제 사용에 대한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세암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세 곳에서 면역관문억제제(PD-1 저해제)를 사용한 1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 전후의 암세포 성장 속도를 측정했다.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동일 기간 작용기전이 다른 세포 독성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을 투여했던 환자의 자료와 함께 대조 분석 과정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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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부민 수치 낮은 사람일수록 위험
그 결과,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한 112명의 환자 중 10.7%(12명)에서 암세포의 성장이 평균 성장 속도보다 네 배 이상 급격히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환자는 추후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극히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반면에 이리노테칸을 투여한 환자군에서는 질병 과진행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질병 과진행 현상은 알부민 수치가 낮은 환자군에서 많이 관찰되는 특성을 보였다. 면역관문억제제 투여 전 혈액 내 알부민 수치가 3.25㎎/dL 이하로 낮은 환자 50명 중 11명에서 질병 과진행이 확인됐으며, 이는 전체 질병 과진행 환자 12명 중 91%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정민규 교수는 “연구를 통해 진행성 위암에서 면역관문억제제 사용 시 발생하는 질병 과진행 현상을 규명하고 위험 요인을 확인했다”며 “추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의미 있는 예측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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