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웅 교수는 “TAVI 시술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어 수술 부담이 큰 환자에게 유리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
나이 들수록 신체 곳곳엔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심장도 마찬가지다.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두껍고 딱딱해져 좁아지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대표적이다. 기존엔 가슴을 열어 판막을 교체했지만, 최근엔 수술 부담을 줄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 주목받는다. 지난 5월부턴 이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환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웅 교수에게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최신 치료법을 들었다.
Q :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은 심장과 연결된 문이다. 판막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두껍고 딱딱해지는 등 협착이 생겨 잘 개폐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면 혈액이 분출해 나가기 어려워진다. 전 세계 80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환자가 10년 사이 4배 정도 늘었다.”
Q : 발병 원인과 증상은 뭔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다. 대부분 노화로 심장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이 밖에도 어릴 때 류머티즘성 열을 앓고 난 후유증으로 판막에 문제가 생기거나 선천적으로 이엽성 판막인 경우 퇴행성 변화를 거쳐 생길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발생해도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 힘들다. 좀 더 병이 진행할 경우 흉통과 호흡곤란, 실신 등이 나타난다. 특히 갑작스러운 실신은 급사의 주원인이 된다. 이런 증상이 생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4년 내 사망할 확률이 80% 정도로 알려진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결국 심부전이 발생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Q : 발병 위험군은 누구며,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고연령이거나 고혈압·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땐 심장 초음파검사를 한다. 가장 유용한 측정 도구다. 여기에 경흉부 및 경식도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면 판막의 협착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좀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선 시술·수술의 가능 여부와 어떤 식으로 치료를 진행할지 등을 판단한다.”
Q : 어떻게 치료하나.
“예전엔 가슴을 절개해 손상된 판막을 새 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도가 높고 수술 후 재원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엔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통해 도관을 넣은 다음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TAVI 시술이 이뤄진다. 외국의 데이터를 보면 기존의 수술법과 비교해 TAVI 시술의 치료 효과는 동등하거나 우수한 면이 있다고 보고된다. 치료 재료의 재질이나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시술 결과와 예후는 더욱 향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Q : TAVI 시술의 장점은 뭔가.
“TAVI는 가슴을 열지 않아도 되며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 국소 마취로도 시술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많거나 다양한 기저질환, 특히 폐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 유리하다. 시술 후 3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고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 복귀도 빠른 편이다. 또 수술은 그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TAVI 시술은 이런 우려가 적다는 게 장점이다.”
Q : 최근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TAVI 시술에 대한 급여화가 확대되면서 수술 고위험군과 불가능군, 80세 이상의 환자는 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수술 중위험군, 저위험군의 본인 부담률은 각각 50%, 80%로 적용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80세 이상이 많고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환자들에게 보험 적용을 할 수 있게 돼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Q : 치료를 고려 중인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TAVI 시술은 고령자와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고위험군인 환자에게도 치료의 길을 제시한 희망적인 방법이다. 예전보다 비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 와서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 영남대병원은 2016년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TAVI 시술을 시행해 성공시켰고, 의료진들 간 유기적인 논의를 통해 환자의 나이와 판막 협착 정도 등을 고려한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지역 병원도 치료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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