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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李 방탄용” 반발 커져도… 우상호는 당헌 개정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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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반명계 충돌… ‘당헌 80조’ 논란 격화

禹 “단순히 기소됐다고 불이익… 괜찮은건지 들여다볼 필요있어”

반명계 “내로남불 공격당하면 李입지 굉장히 좁아질 수 있다”

조선일보

코로나19 확진 후 자택 격리를 마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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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반명,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반대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지만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단순히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줄 건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친명계 요구대로 당헌 개정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우상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토론해보고 비대위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야당이 지금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 보복 수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찬반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도부가 사실상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당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등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우 위원장은 “현재 친명·비명계 할 것 없이 모두 수사 대상이 돼 있다”며 “정치 보복 수사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문제도 연동돼 있다”고 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 이재명 의원만 고려한 개정은 아니고, 앞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야당 수사’에 대한 대응 차원이란 설명이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야권 인사들 여럿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의원 캠프는 우 위원장의 간담회 직후 “당헌 80조 개정은 ‘야당 탄압’으로부터 모든 민주당 당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 구하기’”라며 “민주당의 공적 활동을 특정인을 위한 활동으로 폄하하고 왜곡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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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천재지변보다 무서운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안일함과 위기 불감증”이라며 “대통령실 무능 인사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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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내에선 이런 ‘야당 상황론’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헌 80조는 2015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때 만들어졌다”며 “김상곤 혁신위, 조국 혁신위원, 문재인 대표 시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상곤, 조국이 민주당은 검찰 손에 맡기겠다고 그런 당헌 개정을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당헌 80조는 ‘야당 민주당’이 혁신의 상징으로 내건 조항인데, 다시 야당이 됐다고 폐기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또 “지난해 4월 서울·부산 재보선 당시 귀책 사유가 우리 당에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이 있었는데 그걸 개정해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며 “(당헌 80조 개정은)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야당이 됐다고 당헌을 개정해야 된다면 국민 앞에 도덕적·정치적으로 떳떳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당헌 80조 이슈 자체가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개정을 한다고 하면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개정을 안 한다 하면 ‘이재명 의원을 버릴 것이냐’고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도 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지금 하느냐”며 “개정 필요는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정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 분위기는 개정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전준위 핵심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당헌 80조 개정에 찬성하는 기류가 확산하는 것 같다”면서 “전당대회 중간 결과가 압도적인 ‘이재명 우세’라 몸 사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검토했다가 이른바 ‘개딸(극성 이재명 지지)’ 당원들과 충돌하는 것을 우려해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민주당 청원에 동의한 권리당원이 7만명을 넘어섰다. 당원 5만명이 동의하면 지도부는 답변해야 한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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