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선적항인 사우디아라바이라 라스 타누라항에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시설의 전경.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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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유가 고공행진의 영향으로 2분기에만 60조원 넘는 수익을 내며 3년 전 기업공개(IPO) 이후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사우디 왕실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주요 산유국과 석유기업들이 고유가 국면을 이용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AF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아람코가 2분기 484억달러(약 63조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90% 올랐으며, 2분기 기준 전체 상장 회사 중 가장 많은 조정 수익을 올렸다. 아람코는 3분기에도 배당금 규모를 188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현재 원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님 나세르 아람코 회장은 “단기적인 경기 둔화가 예상되지만 2030년까지 석유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적인 수익 증가를 기대했다.

아람코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단계적 금수 조치를 내리고 러시아는 이에 맞서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전쟁 전 배럴당 100달러를 밑돌던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앞서 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이미 상승 국면이었다.

아람코 실적이 공개되면서 세계 주요 석유기업들과 산유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익 창출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엑손모빌, 셰브런, 로열 더치 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토탈에너지 등 민간 부문 1~5위 석유기업들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석유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먹인사를 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제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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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공조 체계는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다. 알왈리드 빈탈랄 사우디 왕자가 보유한 사우디 최고 투자회사 킹덤홀딩스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약 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감안할 때 사우디 왕실의 승인 없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유가 안정을 위한 원유 증산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 3일 정례회의를 열고 하루 10만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지난 6월 회의에서 결정한 7·8월 증산량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한 양으로서 증산 속도를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늦춘 것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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