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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집보다 전화기 1대가 더 비싸던 그 시절...KT 통신사료관에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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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한국 통신역사 137년 담은 역사적 자료 6000점 첫 외부 공개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만 6점...고종 이용하던 '덕률풍'도 보유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자교환기 'TDX-1' 강조...전화 대중화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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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반세기 넘게 통신 사업을 전개하며 수집한 역사적 자료(사료) 6000점 이상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16일 KT는 강원도 원주시 KT 통신사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1885년 한성전보총국 개국으로 시작된 한국 근대 통신 사업 관련 주요 사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KT가 보유한 통신 사료는 6000여 점에 달한다. 19세기 말에 사용된 아날로그 전화기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한국 통신 역사 137년을 망라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인쇄전신기 등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도 6점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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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제작된 장식형 자석식 전화기




이인학 정보통신역사연구소장에 따르면 KT가 보유한 사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800년대 말 사용된 전화기 '덕률풍'이다.

덕률풍은 '텔레폰(전화기)' 영어발음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고종 황제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하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 황제의 전화가 걸려 오는 시간에 맞춰 의관을 정제하고 네 번 큰절을 올린 후 전화기를 받들고 통화를 했다고 한다.

덕률풍은 1897년 김구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는 고종의 명령을 전달하는 데도 사용됐다. 당시 한 일본인을 격투 끝에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에 투옥돼 사형선고를 받은 김구는 "만약 (서울과 인천 간) 전화 개통이 사흘만 지체됐어도 나는 스물한 살 나이로 형장의 이슬이 돼 사라지고 말았을 운명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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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보유한 다양한 아날로그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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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시대에 따라 모습이 바뀐 유·무선 전화기를 모두 수집해 통신사료관에 전시했다. 초기 전화기는 송수신기가 분리된 형태로 송신기에 붙은 핸들을 돌려 신호를 교환기에 보냈으나 이후 송수신기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일체형 송수신기 흔적은 현재 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또, KT는 전화기를 들면 교환기에 신호 램프가 들어와 교환원이 통화를 연결하는 '자석식·공전식 전화기'부터 자동으로 교환기를 동작시키는 '다이얼식 전화기'까지 모두 전시해 유선 전화기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KT에 따르면 1970년대 말까지는 자동교환기 고장을 막기 위해 전화국에서 지급하는 전화기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개인 선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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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학 소장은 한국 통신사에서 가장 큰 쾌거로 1984년 전자교환기 'TDX-1'을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해 1986년 상용화한 것을 꼽았다. TDX-1은 외국에 의존하던 교환설비를 국내 기술로 양산함으로써 당시 만성적인 전화 연결 적체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TDX-1 상용화 전에는 유선 통신망이 전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 전화기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일 지경이었다. 당시 정부는 전화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 8월까지 가입된 전화 45만7280만대만 매매할 수 있게 하고, 그 후 새로 가입한 전화는 매매를 금지했다. 이에 전화기 한 대 가격이 165㎡(약 50평)짜리 집값(약 230만원)보다 비싼 270만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TDX-1 상용화를 통해 1987년 전국 전화 교환 자동화가 완성됨에 따라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자석식 시내 교환기는 한국전기통신공사(KT) 발안 전화국을 마지막으로 모두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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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T는 시대별로 달라진 공중전화도 모두 보관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공중전화가 설치된 것은 120년 전이며 당시 이용요금은 쌀 다섯 가마니(약 400㎏)를 살 수 있는 50전에 달했다. 1962년에는 옥외 무인공중전화기가 처음 설치됐고, 1977년에는 시내·외 겸용 공중전화기 사업을 시작했다. 1982년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시내·외 겸용 공중전화기를 상용화했고, 전국 방방곡곡에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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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보유한 등록문화재 제433호 음향인자전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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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최근 개봉한 영화 '헌트' 촬영에 통신사료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인쇄전신기를 빌려주기도 했다. 인쇄전신기는 타자기를 치며 종이에 메시지를 인쇄할 수 있어 팩스와 PC통신(인터넷) 보급 전 서면 통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인학 소장은 "KT가 원주에 보유한 통신 사료는 국내 정보통신 흐름에 따라 시대상과 국민 생활상을 모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다"며 "한국 통신 역사의 본가인 KT가 미래 ICT 역사에서도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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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원주(강원도)=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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