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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게이밍 노트북 맞아?” 성능 논란 삼성 갤럭시북 오디세이, 이름 바꿔 국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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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갤럭시 북 언팩을 통해 공개한 갤럭시 북 오디세이.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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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공개한 게이밍 노트북 ‘갤럭시북 오디세이’를 국내에선 ‘오디세이’ 브랜드를 빼고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갤럭시북 오디세이가 게이밍 노트북에 걸맞은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게이밍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제품명을 바꿔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3대 게임쇼에 참가할 정도로 이 시장에 적극적인 삼성전자가 게이밍 노트북에서 만큼은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19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를 지난해 4월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를 통해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부문의 글로벌 언팩(공개) 행사를 연 것은 당시가 처음으로, 갤럭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 노트북 라인업의 재정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여러 신제품이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주목받은 제품은 게이밍 노트북인 ‘갤럭시북 오디세이’였다.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지포스 RTX 3050Ti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 인텔 11세대 코어(타이거레이크) i5와 i7이 장착됐다.

판매가 바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GPU가 품귀현상을 빚은 탓이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에서 갤럭시북 오디세이의 판매가 시작됐다. 가격은 미국 가전 유통망 베스트바이 기준으로 1400~1800달러(약 180만~230만원)를 형성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까지도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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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노트북 제품군을 소개했다. 당시 공개한 게이밍 노트북 갤럭시 북 오디세이. /삼성전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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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성전자는 동일 성능의 노트북을 ‘오디세이’가 아닌 갤럭시북 일반 모델(NT761XDZ-G78A)로 협력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미국보다 저렴한 145만~175만원 선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픈마켓 판매 제품과 갤럭시북 오디세이는 성능이 상이한 모델인 것 같다”라며 “주사율 등이 다른 것으로 보이고, 게임용이라기보다 그래픽 작업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제품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해명과 다르게 두 제품은 CPU와 GPU, 메모리, 저장장치, 크기, 무게, 네트워크 장치가 동일하다. USB 포트나 메모리 및 저장장치 확장 슬롯의 개수, 디스플레이 크기(15.6인치)와 해상도(1920×1080, FHD), 주사율(60㎐),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것도 같다. 83Wh(와트시) 배터리에, 135W 어댑터를 동시 채용하고 있다. 외판을 오디세이 브랜드 로고가 아닌 일반 갤럭시 북과 같은 ‘SAMSUNG’ 로고로 대체한 점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공개했던 갤럭시북 오디세이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사실상 같은 것이다”라며 “게이밍 노트북의 정체성을 지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판매 직후 갤럭시북 오디세이는 성능 면에서 적지 않은 단점을 노출했다. 특히 CPU와 GPU 성능과는 별개로 게이밍 노트북에서 중요한 발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다. 보통 144㎐가 기본인 게이밍 노트북의 디스플레이 주사율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60㎐)도 비판 대상이 됐다. 주사율은 1초에 디스플레이에 표현할 수 있는 화면의 숫자로, 높으면 높을수록 부드러운 영상 표현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의 낮은 색 재현·표현력도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업계는 갤럭시북 오디세이가 ‘오디세이’라는 고성능 게이밍 브랜드를 붙이기에 부족해 국내 출시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역시 인기가 높지 않아 기본 모델의 경우 300달러(베스트바이 기준)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일단 개발돼 생산이 이뤄졌기 때문에 재고 소진 차원에서 ‘오디세이’ 이름을 떼고 국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PC 유통업 관계자는 “(갤럭시북 오디세이는) 여러모로 게이밍 노트북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일반 모델의 고성능 제품 정도로 판매했다면 큰 비판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장별로 상황에 따라 출시하는 제품을 달리할 수 있어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최근 게이밍 기기를 강조하고 있는 회사 제품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오는 24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3대 게임쇼 독일 게임스컴에 게이밍 브랜드 ‘오디세이’를 앞세워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모니터 등의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최근에는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제품설명회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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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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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게이밍 노트북 시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올해 전반적인 PC 수요 부진에도 게이밍 PC 수요는 늘고 있다. 한국IDC는 “올해 상반기 노트북 수요는 전년 대비 6.8% 줄었지만, 게이밍 노트북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라며 “특히 근거리 이동이 가능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 3060을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ID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게이밍 노트북 출하량은 3770만대로, 지난해 2440만대에서 연평균 7%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LG전자, 에이서, 델, HP, 에이수스 등은 국내 시장에 게이밍 노트북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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