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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독립기념일·러 침공 6개월…생화학전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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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뜬금없이 "우크라군이 생화학 무기 사용"

자포리자 이어 남우크라 원전 점령 시도…폭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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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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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24일은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년째 되는 기념일이자 러시아가 전면 침공을 개시한 지 정확히 6개월 되는 날이다. 이번 주중 러시아가 '더러운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려했다.

이와 맞물려 갑자기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군 생화학전 부대가 자포리자의 러시아군을 공격했다고 주장해 이목이 집중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빌미로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려한 더러운 공격, 생화학 무기 사용을 감행할 우려가 있다.

◇젤렌스키 "이번 주 우크라인, 바짝 경계해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이번 주 우리 모두는 러시아가 뭔가 더러운 짓, 특히 악독한 짓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8월 24일은 우크라이나의 31주년 독립기념일이다. 소련 통치로부터의 우크라이나 독립은 1991년 1월 22일 인정된 뒤, 그해 8월 24일 정식 선언됐고 같은 해 12월 1일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또한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는 '특별군사작전'을 개시, 오는 24일 정확히 전쟁 6개월차를 맞는다. 전쟁은 장기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다. 키이우를 단번에 점령하고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초기 목표가 실패로 돌아간 뒤, 3월 말 천명한 동부 돈바스라도 '해방'시키겠다는 두 번째 목표조차 달성이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려한 '더럽고 특히 악독한 짓'이 무엇일지 알 수 없지만, 마침 이날 앞서 러시아 국방부가 뜬금없이 '우크라군 생화학전 부대가 자포리자를 공격했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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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0일(현지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미 전쟁연구소(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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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생화학 무기 꺼내드나

러시아투데이(TR)에 따르면 이날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달 31일 자포리자 바실예브카 인근서 근무 서던 러시아군 병사들이 심각한 중독 증세로 군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어 "검사 결과 이들 병사의 장기 내에서 유독성 물질인 'B타입 보툴리눔 톡신'이 검출됐다"며 "추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장기 중독'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정권이 제재한 '화학적 테러리즘 공격'을 염두, 모든 분석 결과를 토대로 뒷받침할 증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 "화학 테러 증거들을 곧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툴리눔 톡신 B타입은 마비성 질환인 보툴리눔 독소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독이다. 오염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식중독이기도 하지만,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흔히 보톡스로 불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제기한 생화학 공격 가능성을 즉각 부인했다. 안톤 제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보툴리놈 톡신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 고기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이로 인한 중독은 아닌지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 음식을 배급받는다는 등의 열악한 사정은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부터 제기돼왔다.

이 외에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볼로디미르 살도 '전 헤르손 시장'이 이달 초 병으로 쓰러진 사건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올해 3월 초 그 수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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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3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 중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가 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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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개전 초기부터 서방 정보당국과 여러 전문가 및 사상가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올해 3월 초 러시아는 관영 언론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나토 협조 하에 생물학 무기를 방출할 수 있다'는 프로파간다성 보도를 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에 의한 생물학 무기나 화학무기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정부차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자신들이 계획 중인 것을 상대 측에 덮어씌우는 건 러시아의 고전적인 수법"이라고 답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생물학 무기나 화학무기 사용 계획을 염두에 두고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생물학 무기 존재 가능성을 부각했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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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주택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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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격전지 곳곳 긴장 고조…원전 공격 가능성도

이 같은 러시아의 돌발적인 더러운 공격 가능성에 우크라이나 격전지 곳곳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키우는 오는 24일 하루 종일 통행금지를 발령할 것이라고 올레 시네후브 하리키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북동부에 위치한 하리키우주 동명의 주도 하리키우시는 정기적으로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고 있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금을 실시하고 있다.

시네후브 주지사는 주민들을 향해 "집에 머물며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생화학 공격 외에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연상시키는 끔찍한 원전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남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Pivdennoukrainsk)와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최근 공격이 잇따르는 점을 지적, 이번 전쟁 중 핵 사고 발생 우려를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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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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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러시아 미사일이 남우크라이나 원전에서 멀지 않은 인근 마을을 공격해 민간인 14명이 부상한 사실을 러·우크라 양측 당국 모두 확인했다. 특히 이들 부상자 가운데에는 어린이 4명이 포함됐다고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원전 4기 관리를 총괄하는 원전공사 격의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을 "러시아의 또 다른 핵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관은 "이번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군이 지난 3월 점령하려던 남우크라이나 원전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 반격 가능성은?

러시아의 더러운 공격과 별개로, 우크라이나의 반격 가능성에도 국제사회의 기대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에서 주체 불명의 러군 겨냥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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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마이스코예 인근의 군 탄약고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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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크림반도 서부 노보페도리브카 러군 공군기지 사키비행장에서 최소 12번의 폭발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 전투기 8기가 파손된 공격 이후 여러 차례 러군에 상당 수준 피해를 주는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이번 공격 개입 사실을 공식 인정한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급받은 무기로 반격을 개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 당국이 우크라이나군에 크림반도 내 미국 제공 무기 사용을 승인해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하이마스 등 첨단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 확전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 내'로 한정했는데, 크림반도의 경우 주권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취지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계 주민 다수 주거지역으로, 2014년 러시아가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병합했다. 국제사회 주요국은 크림의 러 귀속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어 지명은 '크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올해는 말 그대로 크림반도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며 "(러시아의) 그곳 점령은 일시적일 뿐으로, 우크라이나가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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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거리에 망가진 러시아군 탱크와 장비가 보인다. 2022. 8. 20.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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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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