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역대 최대'...식수 비상
지난 11일 부산 식수원을 취수하는 경남 양산의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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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 상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 6월 23일부터 2달 가까이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조류경보는 녹조로 불리는 유해 남조류가 2주 연속 1000cells을 넘어설 경우 ‘관심’, 1만cells(세포 수) 이상이면 ‘경계’, 100만cells을 넘어서면 ‘대발생’ 경보가 각각 발령된다.
물금·매리 지점의 녹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의 유해 남조류는 1㎖당 44만7075cells을 기록했다. 조류 경보 발령 지표가 개선된 2016년 이후 낙동강 상수원 전체에서 실시된 조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10일 전인 7월 28일만 해도 9만2192cells였으나 그 사이 5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후 11일(7만2192cells), 17일(1만3878cells) 녹조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경계’ 수준의 농도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유해 남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일 물금·매리 지점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1ℓ당 7.7μg이었다. 환경부 기준치(1ℓ당 1μg)의 7배가 넘는 수치다. 2013년 마이크로시스틴이 감시 항목으로 지정된 이후 낙동강 상수원 구역에서 검출된 가장 많은 양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손상과 정자 감소, 복통·구토·설사, 급성중독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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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수 볼 수 있는 '붉은 깔따구' 살아
지난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과 손으로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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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상수원인 낙동강 칠서 지점도 지난 1일부터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지난달 28일 유해 남조류가 1㎖당 12만2천369cells, 지난 1일 4만4천540cells로 2주 연속 1만cells을 넘기면서다. 이후 4일(1만8958cells)과 8일(3만1176cells), 11일(6만3889cells), 16일(1만2025cells)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도 모두 1만cells 넘는 녹조가 검출되면서 ‘경계’ 단계를 계속 유지 중이다
낙동강 곳곳에는 환경부 지정 4급수 공식 지표생물인 붉은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발견되고 있다. 서부 경남 취수원인 남강댐도 판문·내동 지점에 각각 지난달 21일, 지난 4일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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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바다까지 떠밀려온 녹조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이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 때문에 5년 만에 입수가 금지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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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수원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앞바다에서도 녹조 현상이 발생, 한때 해수욕장 입욕금지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에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가 발견, 사하구청은 이틀간 해수욕장 입수를 금지했다. 낙동강 녹조 때문에 다대포해수욕장에 입욕 금지조치가 내려진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지난 13일 거제 장목면 농소몽돌해변과 흥남해수욕장, 옥포2동 덕포해수욕장 등에서 녹조가 발견됐다. 거제시가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유해 남조류에 속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 거제 사는 이모(60대)씨는 “수년 동안 낚시를 해왔는데, 바다에서 녹조 현상을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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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농작물·수돗물서 녹조 독성물질 검출”
낙동강네트워크·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등 영남권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 수돗물 녹조 독소 오염 파동에 대한 환경부와 대구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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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0일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이 양수장을 통해 인근 논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녹조 독성물질이 농작물에서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 낙동강·금강 주변 쌀·배추 등 농작물에서 유해 남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부경대 연구팀에 의뢰해 대구 취수원인 매곡, 문산, 고산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를 분석한 결과, 수돗물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1ℓ당 매곡 0.281㎍, 문산 0.268㎍, 고산 0.226㎍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검출됐다고 했다. 환경단체는 해당 수치가 미국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치인 0.3㎍에 근접한 수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환경부는 대구·부산·경남 지역 정수장 5곳의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그러면서도 환경단체와 분석 시기가 달라 동일한 수돗물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 현장에서는 녹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수돗물, 농작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녹조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다가 수문을 뒤늦게 개방, 부산·거제 바다에까지 녹조가 떠밀려 가면서 자영업자도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녹조 문제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낙동강 원수는 그대로 두고 정수에만 힘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 개방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낙동강 하류인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논에 녹조가 퍼져 있다.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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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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