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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세상 등진 수원 세 모녀 모두 투병중…생활고 누구도 몰랐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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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다세대주택서 숨진 채 발견…병원비 때문에 월세도 제때 못 내

건강보험료 16개월 체납…지자체서 직접 찾아갔지만 전입신고 없이 거처 옮긴 뒤

수입 없이 빚에 시달린 듯…복지 지원도 전혀 신청 안 해

연합뉴스

수원남부경찰서
[연합뉴스TV 제공]


(수원·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김솔 기자 = 경기 수원시의 다세대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은 세 모녀는 암과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세 모녀는 투병 등으로 인한 생활고가 극심했는데도 어떠한 이유에선지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 등을 전혀 신청하지 않았고, 거처를 옮긴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 끝에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겪은 우리 사회에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경찰은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이 해당 주택에 살던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이며,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은 모두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각각 희귀 난치병 등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게는 아들도 한 명 있었으나 병을 앓다가 2019년 숨졌으며, 남편 또한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사망했다고 한다.

결국 이들 세 모녀에게 가족이라고는 세 사람이 전부였다.

A씨 등에게는 채무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병원비 문제로 보증금 300만원에 40여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일가족 사망(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A씨 세 모녀에게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 등도 없었다. A씨 등은 대부분 바깥출입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은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10여년 전부터 화성시에 있는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에서 2020년 2월 수원의 현 주거지로 이사했는데, 당시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채무 문제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등의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확인된 바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A씨의 보험료 16개월 분 총 27만원 상당이 체납된 사실을 화성시에 통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화성시는 A씨의 주소지로 등록된 기배동 집에 보험료 체납 사실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다.

그래도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지 않자 기배동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3일 직접 A씨의 주소지로 방문했으나, 주민들로부터 "A씨는 여기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거소가 확인되지 않아 화성시 측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만약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렸다면 상황에 따라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 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들이 만약 전입 신고를 했다면 통장이 확인 방문을 해서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생활 서비스 상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온다.

2014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의 지하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이들이 남긴 마지막 쪽지에는 '죄송하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비슷한 사건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전날 "문이 잠긴 세입자의 방에서 악취가 난다"는 건물 관계자의 112 신고를 접수, 현장에서 A씨 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은 없었으며,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추정 시간 등을 밝힐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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