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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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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구리·비싼 광케이블 대체…세계 데이터센터·전기차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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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데이터센터 내 서버와 스위치를 연결하는 네트워크(통신) 케이블은 3~5m에 불과한 선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모든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는 모세혈관과 같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 케이블을 매년 100만개 이상 구매한다. 길이로 환산하면 5000㎞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을 7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케이블 시장만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 혁신은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5G 등 발전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초당 1000억개 이상 모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구리 케이블은 개당 10만원 정도지만, 전송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속도를 뒷받침하려면 광케이블을 사야 하는데, 가격이 100만원에 달한다.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구리 같은 도체가 아닌 부도체로 케이블을 구성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구리선의 느린 속도와 값이 비싸다는 광케이블의 단점을 모두 해결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부도체 기반 유선통신 케이블 '이튜브( E-tube)'는 400~800Gbps(초당 기가비트)가 넘는 접속을 원활하게 연결해준다. 가격은 광케이블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박진호 포인투테크놀로지 대표는 "이튜브는 데이터센터의 트래픽 처리 속도를 높이면서도, 전체적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준다"며 "전력 소비량도 광케이블 솔루션의 절반에 그쳐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튜브의 또 다른 장점은 가볍다는 것이다. 무게가 구리 케이블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가 자동차 시장을 데이터센터에 이은 제2의 시장으로 겨냥하고 있는 이유다. 자율주행과 전기차는 기존 차량보다 무거워진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의 정보 신호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한다. 박 대표는 "전기차는 케이블이 전체 무게의 10~20%를 차지한다"며 "이튜브는 구리선에 비해 크기는 6배 작게, 무게는 3배 가볍게 대체할 수 있어 전체 차량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튜브는 이미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거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이튜브를 통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세계 1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케이블 공급 업체인 몰렉스 등으로부터 2200만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몰렉스를 통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진입 문턱도 낮출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올해는 양산 체계를 구축해 미국 데이터센터와 공급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해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나스닥이나 코스닥 상장도 추진하고, 자동차 케이블 시장으로까지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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