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넷플릭스에 출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뒀지만 연출,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정당한 저작권료를 보상받진 못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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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로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에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을까. 영화감독들이 요구해온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 토론회에는 김한민(‘명량’ ‘한산’), 김용화(‘신과함께 1‧2’), 강제규(‘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천만감독이 대거 참석했다. ‘오징어 게임’ 주역 황동혁 감독,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을 비롯해 총 507명 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들도 상당수 객석을 채웠다. 민규동 감독과 감독조합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윤제균(‘해운대’ ‘국제시장’) 감독이 “영화를 20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감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다.
LA에서 화상 연결로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에선 영화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묻는 게 난센스처럼 여겨졌다. 창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제작자가 가지는 게 당연하고 누가 저작자인지 알 필요도 없었다”면서 “함께 의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영상 창작자, 감독들도 저작자로서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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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못 받은 저작권료, 스페인 ‘종이의 집’은 받았다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에 관한 토론회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에는 윤제균, 김한민, 김용화, 강제규 등 천만영화 감독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 한국영화감독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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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저작권법 100조는 “특약이 없는 한 영상의 창작자는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해, 영상물 감독‧작가들이 OTT‧방송 등에서 자신의 작품을 아무리 틀어도 저작권료를 보장받지 못했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노동조합들이 플랫폼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창작자들의 저작권료(재상영분배금)를 보장하고, 유럽‧남미에선 어떤 형태로든 영화가 상영되면 창작자에게 수익 일부가 돌아가도록 법으로 정한 것과 다르다. ‘오징어 게임’을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 시청했는데도 연출‧각본을 쓴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로부터 합당한 저작권료를 받지 못한 이유다. 똑같은 넷플릭스 드라마이지만 스페인의 글로벌 히트작 ‘종이의 집’의 작가 에스더 모랄레스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저는 이미 ‘종이의 집’으로 로열티(저작권료)를 획득했다”면서 “저작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방송작가‧음악산업에서는 저작권자가 창작물 이용에 비례해 보상금을 받아왔다. 반면 대부분 공동 저작물인 영상물은 유통 편의를 위해 저작권을 제작사에 넘겨주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준익 감독은 “(TV에 제 영화가 나오면) 저거 누구한테 저작권을 받아서 틀고 있지? 한다”면서 “21세기에 짊어지고 있는 전근대적인 저작권 악법”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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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작권 보호 미비, 인재 해외로 유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에 관한 토론회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에 박찬욱 감독도 미국 LA에서 화상 연결로 참석했다. [사진 한국영화감독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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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물의 저작자 중 타인에게 그 영상물의 지적재산권을 양도한 자”일지라도 “복제‧배포‧방송‧전송 등의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는 자가 그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한 수익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장하는 게 골자다. 이번 개정안을 발제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저작권료가 걷히는데 관련법이 없는 우리나라는 못 받고 있다”면서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이 2020년 징수한 6억2500만 유로(약 8261억원) 중 한국영상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총액의 1%로 가정하면 (개정안 통과 시) 약 82억원이 국내 영상물 제작자에게 분배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31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유정주 의원실이 공동 주관 및 주최한 이번 행사는 배우이자 감독조합 소속 감독 유지태(맨왼쪽)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한국영화감독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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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에 따르면 감독조합 500여명 조사 결과 평균 연봉이 2000만원에 못 미쳤다. 감독들은 “K팝과 달리 한국영화 감독과 작가들은 공들인 작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재 유입 없이 기존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위기가 가속화되면 K콘텐트의 화려한 성공은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떼어가는 티켓값 3%의 발전기금을 과연 영화 산업을 위해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도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며 “K콘텐트 덕에 미국에 가도 한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문화산업의 힘이 막강할 때 진흥하는 것이 안 될 때 진흥하는 것보다 실효성 있고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이날 참석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성일종 의원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면 문화로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정안 통과로 저작권 보장을) 꼭 받게 할 것”이라 강조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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