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제작사는 넷플릭스의 제작 제안을 거절하고 방영권만 팔았다. 그리고 IP를 확보했다. 이엔에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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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왜 낯선 <이엔에이>(ENA) 채널에서 방영했을까? <우영우>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하고 방영권만 팔았다. 이후 방영권 구매만 가능한 채널을 접촉했고, 규모가 커야할 것 같아서 <이엔에이>를 선택하게 됐다.” <우영우> 본방송이 나간 이후, 약 1시간30분이 지난 뒤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방영권만 팔았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이 시놉시스만 나오면 넷플릭스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게 요즘 드라마 시장이다. “넷플릭스를 거절했다”고 말하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걸까. 이 대표는 “아이피(IP·지식재산권) 확보는 제작사의 생존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행사에서 드라마 제작사가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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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등 내용의 진일보 외에도 드라마 시스템에서도 획기적인 시도를 해냈다. 드라마 아이피를 제작사가 가져와 성공한 이례적인 경우다. 그동안 아이피는 플랫폼의 몫이었다. 제작사는 그동안 지상파에 제작비의 70% 정도를 받고 아이피를 넘겨줬다. 넷플릭스에 는 거액을 받는 대신 모든 권리를 넘겨야 했다.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을 통해 아이피를 갖지 않으면 작품이 아무리 성공해도 제작사는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일찍이 경험했다. 이 대표는 “<킹덤> 때 아이피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아이피는 캐시카우가 되어 제작사가 성장할 기반이 되는데, 그런 게 없으면 제작사는 외주를 맡아 (조금의) 수익으로 생존하고, 다시 외주를 맡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영우’ 사례로, 새로운 방송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도 기대하게 됐다. <우영우>는 아이피를 확보하면서 웹툰, 뮤지컬 등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대학로 극장 한 곳을 확보해뒀다. 두세 곳을 더 확보해 뮤지컬을 공개하면 그 근처가 ‘우영우 타운’이 될 수도 있고 관광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것이 생존의 기반이 돼 더 좋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가 플랫폼을 찾아가 편성과 투자를 위해 아이피까지 내주던 흐름에서 역전된 모습이다. 콘텐츠업계 전체에 좋은 선례이자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에이스토리는 규모가 큰 제작사이고, 작품 완성도에 자신감이 있기에 도전이 가능했다. 중소 제작사의 경우, 제작비 확보를 위해 아이피를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저희도 처음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해주는 대출로 아주 낮은 비율의 이자를 갚아나가면서 제작을 했다. 그 금액이 아이피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지만 (기반이 됐다). 정부가 (한국) 작품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면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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