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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아이폰 팔기 싫으세요?" 13년 갑질에 칼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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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갑질 차단법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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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무기는 간단하다. 국내 업체에 아이폰 공급 시점을 늦추거나 물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1일 여당에서 세계 처음으로 '애플 갑질 차단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자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이 같은 울분이 터져나왔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9명과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발의한 해당 법률 개정안은 제9조(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에 '판촉비 강제 금지'라는 신설 조항을 담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은 6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이 애플을 겨낭한 규제법임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작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 통신사들에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비, 수리비 등을 전가하는 상관행에 대해 개선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통신사 의견 청취 등) 우리가 시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애플의 갑질 행태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S 시리즈와 같은 신작 발표에 앞서 통신 3사와 사전 마케팅 전략을 논의하고 관련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한국 통신 3사와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서 한국 업체가 준비하는 광고나 홍보자료 내용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의 한 임원은 "이번주 애플 아이폰 14 시리즈가 공개될 예정인데, 통신사별로 준비한 마케팅 전략을 애플에 일일이 확인받아야 한다"며 "일례로 홍보자료에서 최우선 순위는 아이폰의 성능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고 한국 업체의 마케팅 내용은 맨 뒤에 잠깐 언급하는 게 애플과의 거래에서 불문율"이라고 전했다.

통신업계는 한국에서 처음 발의된 판촉비 강제 금지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공급권을 가지고 국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애플의 지배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갑질 논란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공정위 조사 당시에도 통신업계는 애플의 광고 무임승차 문제 등에 대해 실체를 언급할 경우 발생할 불이익 가능성 때문에 공정위에 업계 현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수면 밑에 가려졌던 애플발 시장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데는 최근 매일경제의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매일경제는 애플이 게임사, 웹툰사 등 국내 앱 개발사를 상대로 결제수수료를 과다 계상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취재해 최근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애플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음을 보도했다.

이후 정부 내 소관 기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위법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애플이 실제 한국 업체들을 상대로 미국 업체보다 차별적으로 결제수수료를 높여 잡았는지에 대한 물증 확보가 대단히 중요한 건"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도 이 신고 건을 접수처인 서울사무소가 아닌 본부에서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통상 신고 사건은 공정위 지역사무소에서 접수해 처리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본부에서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수수료 과다 계상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구글과 달리 애플이 자사 앱 마켓에서 활동하기 위해 매년 99달러의 멤버십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부당 행위라는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애플은 이미 유럽 등에서 유사 소송을 당한 뒤 최근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종결한 상황으로, 국내에서도 유사 소송 가능성이 주목된다.

애플은 개발자들을 상대로 자사 앱 마켓에 앱을 탑재하려면 매년 99달러씩을 결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최초 1회에 한해 25달러를 청구하고, 한국 토종 앱 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는 멤버십 비용을 아예 요구하지 않는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달리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외에 제3자 앱 마켓 운영을 허용하지 않는 식으로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일부 앱 개발자들은 99달러의 연회비를 청구하고 아이폰에 iOS라는 단 하나의 앱 마켓만 허용하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최근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제품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와 운영체계(iOS)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에게 부과되는 멤버십 비용은 프로그램 회원권일뿐만 아니라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술과 개발 도구에 대한 수수료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애플이 과연 이에 합당한 과세 의무를 이행하고 있느냐도 해묵은 논란거리다. 지난해(2020년 10월~2021년 9월 기준) 애플은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 등으로 7조원 이상 매출을 거뒀지만, 한국 과세당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630억원에 불과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상품 매출이 6조8700억원에 달하는데도 이를 애플 싱가포르 법인(애플 사우스 아시아 PTE)에 수입대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낮추는 구조다. 이 같은 방식으로 작년 애플코리아의 세전이익(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020년, 2021년 모두 18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애플코리아를 비롯해 소니코리아 등 상당수 외국계 한국 법인이 상품·서비스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크게 낮은 싱가포르·홍콩 법인 등으로 송금해 한국에 내야 할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수민 기자 / 문재용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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