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반응한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혈관이다. 낮은 기온에 급격히 수축한다. 이런 변화는 심혈관 질환 발병률 증가로 이어진다.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그래서 매년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특히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30~40대도 예외는 아니다. 고혈압·당뇨병 등 위험 요소를 갖고 있거나 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온의 변화가 심뇌혈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최근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2022)에서 발표된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228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기온이 10도 떨어질 때마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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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원인 2위·4위, 암보다 진료비 많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심뇌혈관 질환은 우리에게도 치명적이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집계 결과 2020년 인구 10만 명당 심장질환 사망자는 63명으로 사망 원인 2위, 뇌혈관 질환 사망자는 42.6명으로 4위에 올랐다. 이들 질환의 선행 질환인 당뇨병은 16.5명으로 6위, 고혈압은 11.9명으로 9위였다.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환자 증가는 자연히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06년부터 연평균 6.5% 늘고 있다. 이미 진료비(2017년 기준)는 8조7000억원으로 암(6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심뇌혈관 질환은 심장과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거나 혈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파열돼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심장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져 혈류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협심증,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 등이 해당한다. 결국 심장과 뇌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터지면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와 심장의 세포가 죽어가게 된다. 심뇌혈관 질환이 사망률과 직결되는 이유다.
심뇌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로 서구화된 식생활과 인구 고령화가 꼽히지만,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 질환인 고혈압·당뇨병의 유병률 증가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들 질환의 30~40대 환자 증가는 주목할 부분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고혈압의 경우 30대 환자는 2017년 12만9400명에서 2021년 16만1995명으로, 40대 환자는 같은 기간 49만2034명에서 56만7564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당뇨병도 추이는 비슷하다. 특히 30~40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절반이 진단·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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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금연·절주 등 예방 수칙 철저히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비롯해 심뇌혈관 질환 가족력 혹은 병력이 있는 사람, 흡연자, 이상지질혈증 환자 등은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더욱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이들 질환의 무서운 점이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점인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심뇌혈관 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담배 반드시 끊기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절주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 충분히 섭취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 ▶적정 체중·허리둘레 유지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 측정하기 ▶선행 질환(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꾸준히 치료 ▶뇌졸중·심근경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 방문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행 질환의 치료와 관리, 금연만으로도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운동도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서 중요한 요소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김원석·백남종 교수팀의 분석 결과 허혈성 뇌졸중 치료 후 충분한 신체 활동을 수행한 경우 사망 위험은 29%, 뇌졸중 재발 위험은 11%, 심근경색 위험은 21%, 복합 발생 위험은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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