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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승연 '대우조선 빅딜' 14년 숙원 풀고 '韓의 록히드마틴' 꿈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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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돌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빅딜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화그룹이 조선사업이라는 새로운 초대형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방산 사업부문은 경쟁력 강화와 사업구조 재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매머드급 방산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추가적인 방산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갖고 싶은 건 갖고 만다... 3분의 1 값에 대우조선 품는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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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수 인수'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실사 저지 등 노동조합의 반대, 과도한 몸값(당시 6조원)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이번에 2조원대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한다면 김 회장은 당초 책정했던 몸값의 3분의 1 정도의 돈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된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강력한 실행'을 주문했다. 첫 굵직한 성과물이 바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본인의 주문을 본인이 이행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을 예정대로 인수한다면 한화는 기존의 태양광과 방산, 화학에 이어 조선이라는 미답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랑에 휩쓸리고 있지만 국내 조선 빅3이면서 여전히 글로벌 시장 톱 플레이어 중 하나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결정했지만 선진국의 독과점 우려 속에 좌절됐다. 조선사 최대 지표인 수주는 지난해 바닥을 치고 살아난다. 지난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8월까지 연간 수주 목표의 80% 이상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일감을 확보했으니 배를 짓는 일만 남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등 함정 건조 능력은 한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잠수함 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인도 등 신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최근 영국 방산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등 특수선 건조사업부만 분리 인수하고 싶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품을 경우 그룹 차원의 방위사업 재편이 한 층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된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육·해·공·우주기술을 확보,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한화디펜스를 합병하고 (주)한화 방산부문을 인수하는 등 방산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한화그룹, 방산 계열 통합…한국판 록히드마틴 꿈꾼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함정건조기술을 확보한다면 그룹 차원의 목표 달성에 힘이 실린다. 같은 맥락에서 한화그룹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 M&A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시점 최고 매물이지만...1.8조원 적자극복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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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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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 의미를 차치하고라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그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산규모만 10조원 이상으로 손꼽히는 현 시점 재계 최대 매물이다. 기술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톱 플레이어 수준의 기업, 더구나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화그룹의 재계순위는 작년 공정위 자산총액 집계 기준 80조4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7위(공기업 제외)다. 대우조선해양을 합친 90조원대 자산규모는 8위 GS(76조8000억원)를 멀찍이 따돌리고 현 6위 포스코홀딩스(96조3000억원)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와 시너지를 통해 자산규모를 늘릴 경우 재계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려의 시각은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조48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동안 1조7547억원의 적자를 냈다. 순손실도 1조699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바닥을 치고 올해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선 실적을 얼마나 빨리 직전해(2020년) 수준인 매출 7조원대, 흑자 실현으로 개선시키느냐가 관건이다.

20년 이상의 법정관리는 보이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큰 타격을 입으며 설계와 선박건조 등 현장 우수인력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수주곳간을 채우는 한편 현장인력들을 확보해야 한다. 내부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인수를 시도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회사를 들여다보며 아연실색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523%에 달한다.

전통적 의미의 조선산업이 하향국면에 접어든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화가 넘어서야 할 허들이다. 경쟁자인 현대중공업이 수소운반 및 추진선, 자율주행 선박 등 탄소중립에 중점을 둔 각종 신기술 개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조선사들의 선례를 피하고 승자의 저주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신기술 개발이라는 얘기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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