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금융·태양광·방산 등 최적 타이밍에 M&A 결정
방산·에너지 강화
조선업 공식 진출
노조반발·해외승인 ‘허들’
과다경쟁구도·악화재무구조 과제
[헤럴드경제=서경원·김용훈 기자] 한화그룹이 국내 ‘빅3’ 조선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을 품을 전망이다. 화약 사업으로 태동된 한화는 그동안 최적의 타이밍에서 화학, 리조트, 금융, 태양광, 방산 등의 굵직한 M&A(인수·합병) 결정으로 외형을 확장해 왔는데 이번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사적 면모가 다시 한번 발휘됐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조선업에 공식 진출하게 됐고, 방산·친환경에너지 부문까지 강화돼 이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김 회장의 장남)의 미래와 승계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동시에 자산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하게 된 한화그룹은 5대 그룹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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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딜은 대우조선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한화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 1000억원)들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화가 앞서 2009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가격인 6조원보다 크게 낮고, 대외 평가도 더 우호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되고 기존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55.7%에서 28.2%로 줄어들게 된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오면 인수 주체를 바꾸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딜이 진행된다.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되면 인수합병 승부수를 던져왔던 김승연 회장의 결단이 김동관 부회장 산하의 방산과 에너지 부문 사업포트폴리오를 모두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특수선(군함·잠수함) 사업 흡수시 한화는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또 대우조선이 LNG(액화천연가스)선 특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그룹의 기존 LNG 수입·발전 사업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또 LNG는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되는데, 수소 등 미래에너지 사업에 나선 한화에는 글로벌 그린에너지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수소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지만 저장·이동이 어려워 이에 대한 기술을 선개발하는 곳이 수소 산업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 바 있다.
또 대우조선의 특수선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가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재계 서열은 7위 수준으로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9위)을 앞서고 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시 삼성·한화·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의 ‘3강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자산규모가 80조원 수준인 한화그룹이 자산 1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과 합병할 경우 자산총액이 92조원까지 불게 된다. 이러면 재계 6위인 포스코(96조원)을 바짝 추격해 5대 그룹 진입의 발판까지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재계에서는 정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재매각 작업에 나설 경우 한화가 유력 인수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최종 성공할 경우 방산과 에너지 부문 등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방산 사업 영역이 기존 자주포, 장갑차 등 지상 장비와 군용기 엔진 등 항공 장비 부문에서 수상함과 잠수함 등 해양 분야로까지 확대돼 영업 및 연구개발(R&D)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대우조선의 LNG 관련 역량이 한화그룹의 그린에너지 가치사슬 완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반발과 재무구조 개선은 최종 허들로 남아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낮은 인수대금으로) 한화 재벌에 특혜를 주는 일방적인 매각을 중단하라”며 “당사자(노조)가 배제된 일방적인 매각이자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매각”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2009년 한화의 1차 인수 시도 당시와 2019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 당시만큼은 반대가 거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전망이다.
해외 심사도 한화가 조선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허 가능성은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그보다 현 조선사 간 과다경쟁 구조, 대우조선의 과도한 부채와 적자 지속에 따른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이 더 큰 과제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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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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