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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소형 증권사 값' IFC 보증금…미래에셋vs브룩필드, 쿨하지 못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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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머니투데이

여의도 I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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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금융그룹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이 2000억원을 두고 공방전을 벌인다. 미래에셋이 서울 여의도 IFC몰 인수 이행보증금으로 브룩필드자산운용에 납부한 돈이다. 4조1000억원짜리 거래가 누구의 책임으로 무산됐는지가 핵심이다.

계약 이후 금리·환율이 폭등해 양측 모두에게 '반가운 이별'일 수 있지만 '웬만한 소형 증권사 값'이 걸려있어 '쿨한 이별'은 불가능한 상태다.

2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이 진행하던 IFC 인수 협상은 지난 26일 최종 결렬됐다. 미래에셋측은 싱가포르중재센터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매수 측과 매도 측은 서로를 탓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이행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어떻게 보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환불불가'가 기본이지만 행정당국이 리츠 등 인가를 불허할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이 있었다.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인가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라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쩔 수 없었다(미래에셋)'와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브룩필드)'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브룩필드는 공식입장까지 냈다.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협약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 때문에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브룩필드의 '역내거래(on-shore transaction)' 의지도 공방이 펼쳐지는 지점이다. 미래에셋의 리츠를 통한 기존 인수계획(역내거래)이 무산되자 이를 계기로 브룩필드가 한국 당국에 세금을 내지않는 역외거래를 시도하고자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의 무게추가 쏠리자 브룩필드는 적극해명했다. 브룩필드 관계자는 "브룩필드가 실행하려 했던 역내 거래는 브룩필드가 2016년 IFC를 인수한 이래 창출한 가치에 따라 한국 과세 당국에 상당한 세수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향후 브룩필드가 IFC몰 매각을 재추진할 때 역외 거래 가능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 거래에 대해 미래에셋과 브룩필드 모두 탐탁찮아 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5월 말 계약 이후 금리와 환율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매수 측인 미래에셋입장에선 금리가 부담이다. 계약 이후 미국 Fed(연준)은 3번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인수대금 4조1000억원 중 절반 가까이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해야하는 입장에서 2.25%p 오른 금리는 큰 부담이다. IFC 인수가 그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할지도 미지수였다.

매도자 브룩필드는 환율 부담이 컸다. 브룩필드가 IFC를 인수한 2016년 원달러 환율은 1100~1200원 정도였다. 미래에셋과 계약을 맺은 5월에도 1250원 안팎이었다. 29일 현재 환율은 1430원 수준이다. 외국계 운용사인 브룩필드 입장에선 매각 후 달러로 바꿔 들고갈 돈이 20% 이상 줄어든 셈이다.

협상과정에서 미래에셋은 약 3000억원 가량의 할인을 요청했지만 브룩필드는 4조원 이상을 고수한 이유다. 4개월 사이 서로의 상황이 달라졌고, 오히려 갈라서는 편이 서로에게 나아졌다. 일각에선 딜이 깨진 게 '윈-윈'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000억원이 걸려 있어 쉽게 돌아설 수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중재센터에서의 공방은 1년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딜 완주에 대한 의지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분쟁으로 간만큼 서로가 노력을 얼마나 입증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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