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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올해 10조원 흑자→내년 적자 전망… HMM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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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HMM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컨테이너선 운임을 떠받쳤던 주요 지표가 해운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영향이 크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는 HMM이 올해 3분기 매출 5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인 매출 4조6120억원, 영업이익 2조550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노무라는 HMM이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따라 2023년 하반기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2024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HMM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Gdansk)’호. /H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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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출의 94%(상반기 기준)는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데,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연초 5109.6에서 최근 1922.95까지 하락했다. 노무라는 2023년에 SCFI가 평균 80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SCFI 평균이 810.9였을 때, HMM은 299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꺾인 것은 공급망 혼잡 문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급변한 데 있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체 컨테이너선 가운데 일정을 지킨 컨테이너선의 비중을 뜻하는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 지표는 올해 1월 30.4%에서 8월 46.2%까지 회복했다. 예정보다 지연된 일수도 이 기간에 7.95일에서 5.86일로 줄었다.

선박 운항이 지연될수록 나를 수 있는 물동량이 제한돼 공급 감소 효과가 있었는데,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공급망 혼잡으로 시장에서 감소된 선대량은 지난 1월 13.8%에서 지난 8월 7.9%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3년 1분기 중으로 평시(2%)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그만큼 공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알란 머피(Alan Murphy) 씨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혼잡 완화가 선대 공급량 증가로 이어져 운임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컨테이너선 수요에도 불똥이 튀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3년 물동량이 올해보다 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제시했던 전망치 3.4%보다 2.4%포인트(P) 낮아졌다.

반면 호황기에 발주했던 컨테이너선들이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항로에 투입된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총 243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규모다. 2024년 이후에는 410만TEU가 인도될 전망이다. 현재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2526만TEU인 점을 고려하면 선박 공급이 25.9%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운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HMM 민영화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HMM 경영권의 민간 이양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도 “HMM 민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시장이 정상화하는 상태에서 HMM이 국적선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선복량 등 경쟁력이 충분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HMM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해 선대 규모가 2배가량 늘었고, 스크러버(Scrubber) 설치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HMM은 슬롯(Slot)당 비용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흑자 때 다른 해운사보다 더 큰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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