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악화 방증"…'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은 없어
'실전처럼'…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 중인 2일 역대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과거 남북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남한이 겪은 재난이나 참사에 대해선 정중하게 예우를 다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이태원 참사를 위로하기는커녕 미사일을 퍼부으며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2일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당국은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땐 일주일 만에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강수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위로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보냈다.
통지문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이 담겼다고 당시 통일부가 밝혔으며, 관련 내용은 북한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도 실렸다.
특히 당시는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와중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 국가를 표방한다는 차원에서 정치·군사적 문제와 인도주의적 사안을 구분하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임하던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참사 이틀 만에 발 빠르게 조선적십자회 명의로 "동족으로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깍듯한 전화 통지문을 보냈다.
그해 9월 태풍 매미가 남부 지역을 강타했을 때는 약 열흘 만에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안상영 당시 부산시장에게 위로 전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남한 역시 2004년 4월 북한에 룡천역 폭발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위로 서신을 보냈으며 북한 매체들은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 실시 |
그러나 북한은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째인 이날은 슬픔에 잠긴 남한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다수의 미사일과 포병 사격을 했다.
특히 분단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떨어뜨렸고, 울릉도에 한때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자들은 국가 애도 기간에 벌인 도발이 인륜에 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행태가 예견됐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남북관계를 '대적투쟁'이라고 명시한 이후 일관되게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시행될 때마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거센 말 폭탄과 무력 도발을 병행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하루 이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현재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이 위로 서신을 보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남한의 참사에 침묵하는 건 그만큼 악화된 남북관계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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