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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급식 맛나면 '참 잘했어요'도장 찍어준 '갑질'교장...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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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김미루 기자] [갑질행위 인정되도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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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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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의 ㄱ초등학교 교장 A씨는 급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날 영양교사를 불러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줬다. A교장은 다른 교원이 보는 앞에서도 이같은 행위를 했다. A 교장은 조퇴를 사용하는 교원에게 정확한 사유를 기재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소속 교원 17명은 지난해 6월 모욕, 부당 채용 지시, 폭언 등으로 A 교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특별시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같은 달 해당 학교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 A교장이 영양교사에게 한 행동은 모욕적인 행위로 인정됐다. 서울시교육청 복무안내자료에 따르면 조퇴 사유 역시 기재를 강요하거나 구두허락 강요 등은 금지된 사안이다. 하지만 A 교장은 현재도 서울시내 다른 학교에서 교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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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공립 초·중·고 교장 중 교원에 대한 갑질로 징계를 받고도 교장직을 박탈당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갑질 행위가 소명됐음에도 다른 학교 교장 발령으로 그친 경우도 있었다. 지위 조정 없이 교원 사이 갑질 행위 근절이 어려워 징계 수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박강산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교원에 대한 갑질로 징계받은 서울 지역 초·중·고 교장은 5명이다. 5명 모두 징계 이후에도 교장직을 유지했다. 이 중 2명은 기존 학교에서, 나머지 3명은 다른 학교에서 징계 이후 교장직을 이어갔다.

징계 처분을 살펴보면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과 감봉이 각각 2명과 1명으로 전체의 60%(3건)를 차지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은 2건(40%)이었다. 정직보다 강한 중징계인 강등·해임은 이 기간 1건도 없었다.

다른 공직 사회에서 갑질 행위로 강등·해임되는 경우가 20%를 웃도는 것과 대비된다. 국민권익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공직 사회에서 갑질 행위로 징계 처분된 공직자는 51명이다. 이 중 강등되거나 해임된 경우는 11명(강등 4명, 해임 7명)으로 21.5%를 차지했다. 정직을 포함하면 29명(56.9%)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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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집단의 특성상 교장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처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의원은 "징계사유임에도 징계 처분을 받지 않은 것은 교원집단이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갑질로 교원이 피해를 보면 교육환경 질적 저하로 이어져 2차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게 된다"며 "징계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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