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희생자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사진=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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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천안함 사건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교수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자 "지금 상황에서 이름 공개로 유가족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14일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제가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의 생존자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못했다"며 "그날 밤 이태원을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어떤 포스팅도 기고 글도 쓰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언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멈추셨으면 좋겠다"고 명단 공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사진='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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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면서 "(유가족들은) 평생 그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유족에게 필요한 건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트라우마는 전쟁이든 교통사고든 성폭행 사건이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충격을 받는 일"이라며 "그 상황을 경험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부터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원하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안정"이라고 밝혔다.
또 "참사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만약 그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시민언론 더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는 각사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실명을 공개했다. 더탐사가 희생자 명단을 입수해 민들레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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