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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의 중국보고] "제로코로나 탈출 괜찮을까" 불안한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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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자좡 '용감한 시도' 좌절

방역 완화정책 곳곳서 '혼선'

지방정부도, 주민도 '불안'

제로코로나 탈출 위해 겪는 '진통'

아주경제

epa10317370 People look on as an argument erupts between a woman and a volunteer health worker at a COVID-19 test site in Beijing, China, 21 November 2022. Several schools in Beijing have shut and switched to online classes as COVID-19 cases continue to rise with China reporting it's first COVID-19 death in six months. EPA/MARK R. CRISTINO/2022-11-21 18:15:12/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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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 스자좡. 중국 국무원이 앞서 11일 최적화 방역을 위한 20가지 조치를 발표한 이틀 후인 13일부터 사실상 봉쇄 해제 수순에 돌입하며 ‘제로코로나’ 탈출을 모색한 첫 번째 도시다.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는 코로나19 봉쇄 범위를 좁히고,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를 지양하고, 격리를 최소화하는 등 과학적이고 정밀한 통제로 효율성을 높이고 민생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스자좡은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500명이 넘는 가운데서도 길거리 PCR 검사소를 없애 주민들의 무료 PCR 검사를 중단했으며, 코로나 감염 위험군을 대상으로만 선별적으로 PCR 검사를 시행했다. 또 코로나19 음성 증명이나 건강마(코로나19 건강상태 확인 QR코드) 스캔 없이도 공공장소나 아파트 단지 출입이 가능하고 학교 대면 수업과 회사 출근도 허용했다.

누리꾼들은 "스자좡이 제로코로나 탈출 제1호 시범도시다", "전면 봉쇄 해제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스자좡의 '용감한 시도'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3년간 봉쇄에 익숙했던 주민들은 정작 방역 완화를 환영하기는커녕 불안에 떨었다. 시내 쇼핑몰은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렸고, 도로에는 다니는 차들이 없어 한산했다. 학교 교실엔 결석생이 많아 텅텅 비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복통 등을 이유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탓이다.

대신 돈을 내고서라도 PCR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시내 병원 앞엔 긴 줄이 늘어섰고, 약국은 코로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치료제를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결국 스자좡의 '해방' 시도는 일주일 만에 좌절되고 '과거'로 회귀했다. 스자좡에는 20일부터 닷새간 봉쇄 방침이 내려졌고, PCR 검사소가 다시 문을 열고, 전수검사를 시행하는 등 다시 방역 고삐를 바짝 조였다.

스자좡은 중국서 제로코로나 탈출로 진통을 겪은 도시 중 하나일 뿐이다. 스자좡과 같은 상황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중국인들은 지난 3년간 당국의 제로코로나 통제와 선전에 익숙해졌다. 도시 봉쇄와 PCR 검사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경제도 망가졌지만, 막상 방역을 완화한다고 하니 불안하다.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 자유롭게 이동할 순 있지만, 확진자가 급증해 혹시라도 감염될까봐 외출을 자제한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격리시설로 끌려가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이웃들로부터 낙인 찍히고, 게다가 코로나 감염 후유증도 무섭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나오기만 해도 도시를 봉쇄하는 통제방식만 고수했다.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을 외쳐도, 그걸 어떻게 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고, 행정인력·물자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 베이징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오징원 홍콩 친후이대 정치학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에 "중국 정부는 '통제 관리 전문가'일 뿐, (제로코로나) 탈출정책에 대한 경험은 비교적 적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방정부들은 방역을 어설프게 완화하려다가 확진자만 폭증하니 혹시라도 방역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물을까봐 다시 예전의 봉쇄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관변논객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20일 웨이보에 “대다수 도시 정부 관료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더듬더듬 방법을 찾아가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 반드시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은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놀란 지방정부가 도시를 다시 봉쇄하는 것, 반대로 코로나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까지 확산돼 전체 국가 방역이 붕괴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정부로선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더라도 국무원의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에 따라 대응해야 하고, 방역 완화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도 열흘째 당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국무원의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루 전날에도 현행 방역정책에 자신감·인내심을 갖고 단호하게 방역함과 동시에 이것이 경제사회 발전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 완화를 놓고 각지에서 혼선을 빚는 것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21일엔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에 따른 후속 문건 4개를 마련해 PCR 검사, 위험지역 관리, 자가격리, 자가 건강 모니터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구체적 지침도 마련했다.

또 최근 잇따라 전국 화상 회의를 열거나 각 지방에 지도 인력을 파견, 20가지 최적화 조처 이행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반응도 살피고 있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방역 지침 수행을 위해 각 지방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교육도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노인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한편, 자국산 백신만 고집하지 말고 효과가 입증된 mRNA 계열의 백신(모더나·화이자)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각국도 앞서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혼선을 빚었다. 우리나라도 거리두기 해제, 재택치료, 방역패스, 실내 노마스크 등 위드코로나 과정에서 정책이 갈팡질팡하며 확진자 수는 물론 위중증·사망자 수가 폭증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중국이 현재 방역 완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을 이겨내고 부디 제로코로나에서 탈출해 정상적인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해지길 기대해본다.

아주경제=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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