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기재부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청(국세청·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예산안만 상정·의결했다. 기재위는 애초 4개 청을 비롯해 기재부 예산안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 논의 결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4개 청 예산안만 상정했다.
기재부 예산안이 소위 문턱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공수처 신청사 설계비용 예산 10억원을 놓고 여야가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다. 야당은 내년에 공수처 청사 예산 1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며 증액을 요구한 반면, 정부는 올해 배정됐던 같은 명목의 예산 5억원이 미집행됐다는 이유로 원안(0원) 유지를 고수했다.
예결소위원장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5억원이 집행되지 않았고 계속사업임에도 내년에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는데,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 측에서 절차를 정확하게 밟았으면 정상적으로 추진될 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 대통령실 영빈관 예산 497억원 등도 다 감액된 상황인데 형평성 차원에서 서로 양해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며 "저신용 청년층 저금리 자금 공급 150억원 등 의미 있는 사업을 증액했는데 공수처 한 건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 무산된 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맞섰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예산안과 더불어 법안 상정 문제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날 4개 청 예산안만 상정되고 당초 예정됐던 추가 논의할 법안들을 상정하지 못한 데 대해 "정부·여당 중심의 이기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야 갈등에 향후 예정됐던 경제재정소위원회나 조세소위원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신 의원은 "이런 (여당의) 주장대로라면 내일 열릴 경제재정소위 안건은 여당과 기재부가 관심을 두는 국가재정법(재정준칙)뿐"이라며 "이런 소위를 저는 내일 열 수 없고, 오늘 예정된 조세소위 역시 열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재위 조세소위는 이날 오후 열기로 했던 4차 회의를 취소했다.
심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임위가 파행을 거듭하며 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해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법 개정 논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재위 여당 간사이자 조세소위 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19 감염으로 다음주까지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논의에 애로가 더 크다.
이날 정무위원회 예결소위도 파행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총리 직속으로 설치한 '규제혁신추진단' 예산 56억3000만원 중 18억6900만원을 삭감했고, 보훈처 예산도 대거 줄였다.
정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야당이 전액 삭감까진 아니지만 사실상 그것과 다름이 없는 수준으로 깎아 버리겠다고 의석수를 앞세워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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