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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앞장서 칼 뺀 업비트와 “억울하다”는 위메이드… 위믹스 상폐의 뒷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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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의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가 지난 24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연합체인 DAXA로부터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위믹스 상폐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뒷얘기가 무성한 가운데, 위메이드는 “억울하다”며 업비트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위믹스의 상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됐을까.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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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비트 상폐 주도설’ 소문 배경엔… “위메이드-빗썸 밀월에 대한 괘씸죄 가능성”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5일 가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많은 투자자가 위믹스를 믿고 투자했는데 업비트의 ‘갑질’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업비트가 위믹스 상폐를 주도했다는 소문에 대해 당사자인 장 대표가 실명까지 거론하며 작심해 비판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다른 코인들도 위믹스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데, 업비트가 유독 위믹스에 대해서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감정이 격해진 듯 눈물까지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위믹스의 상폐를 주도한 게 사실이라면, 투자자 보호나 불성실 공시 등의 명분 외에 다른 속내도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위메이드는 오랜 기간 업비트의 라이벌이었고 현재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이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 대표는 빗썸의 사내이사로 재임했을 뿐 아니라 빗썸의 최대 단일 주주인 비덴트에도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거래소에 당초 보고한 물량보다 30%나 많이 발행됐기 때문에 이를 그냥 두고 넘어갈 경우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될 우려가 커 엄격한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상폐 결정은 5개 회원사가 모여 소명자료 등을 분석한 후 종합적으로 내린 것이었다”며 “오로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 다른 거래소들 “상폐는 과하지 않나”… 소명 자료 제출 후 찬성으로 돌아서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당초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은 상폐 처분까지 내리는 결정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DAXA 간사를 맡고 있는 코인원이 줄곧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업비트를 뺀 나머지 거래소들도 쉽사리 상폐에 표를 던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폐로 무게가 기운 것은 위메이드가 투자유의 지정을 받은 후 거래소들에 제출한 소명자료에서 재차 문제가 발견된 이후부터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소명절차 기간 동안 제출된 자료에서 일부 오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미 허위공시 논란을 겪고도 또 부정확한 자료를 낸 위메이드에 거래소들이 더는 관대한 처분을 내릴 명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함께 간사 역할을 하는 코인원마저 상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자, 나머지 거래소들도 이를 따랐고 결국 위믹스는 최종 상폐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코인원 관계자는 “상폐와 같은 중대한 조치는 특정 거래소가 분위기를 주도해 결정할 수 없다”며 “각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밝혔고 상폐에 찬성하는 곳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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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위믹스 상장 폐지의 부당함에 대해 발언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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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폐 기준 모호” 후유증 예상… ‘김치 코인’ 무더기 퇴출 우려도

일각에서는 위메이드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데 대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불성실한 보고와 공시 등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상폐 처분을 받을 만한 근거나 기준은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이나 채권 시장 등과는 달리 가상자산은 아직 근거가 될 만한 법이 없었고, 거래소들도 과실이 드러난 가상자산과 발행사들에 대한 처리 기준을 대중에 공개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위믹스 이전부터 거래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분을 내려 투자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또 위메이드와 업비트의 대립과 감정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서 ‘형평성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25일 간담회에서 “업비트에 유통 계획을 제공하지 않는 다른 코인도 많다”며 “공지와 공시는 의무가 아닌데, 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정정한 것이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가상자산들도 문제가 많은 데 왜 유독 위믹스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상폐 결정을 내렸냐는 것이다.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내고 불복 절차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거래소들이 다른 국내 발행 코인들에 대해서도 재차 심사를 진행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상폐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가상자산 관련 업체 고위 관계자는 “위메이드 측이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았다며 싸움을 장기전으로 몰고 갈 경우 거래소들도 마냥 외면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들의 줄상폐 사태가 벌어질 경우 거래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국내 거래소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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