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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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세대 이동통신(5G) 누적 가입자 수 3000만명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2000만명을 돌파했고, 이동통신업계는 연말까지 30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지난 8월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계기로 그동안 롱템에볼루션(LTE)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이 중간요금제를 통해 5G로 갈아탈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통신 3사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고물가 시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위축돼 5G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 LTE 가입자 끌어와야 하는데…중간요금제 효과 ‘미미’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G 가입자는 올해 9월 말 기준 262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51만여명 증가한 수치다. 5G 가입자 수는 매월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증가율을 보면 연초인 1월에는 3.11%, 2월 3.32%, 3월 2.79% 등 약 3% 수준이었는데 4월 2.46%, 5월 2.43%로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6월부터는 2.26%, 7월 2.22%, 8월 2.31%로 2%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안에 3000만명 가입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12월 사이에 377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해야 해서 매달 평균 125만명 이상이 가입해야 한다. 현재 매월 가입자 수가 50만~60만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가입자가 증가해야 한다. 따라서 누적 가입자 3000만명을 달성하려면 내년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들어 5G 가입자 증가세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5G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중간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간요금제 가입자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통신사들은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LTE 가입자 수 추이를 통해 추정해볼 수는 있다. LTE 사용자가 이탈한다면 주로 5G 중간요금제에 가입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들어서는 매달 10만~30만명씩 LTE 가입자들이 줄어들었다.
중간요금제가 출시됐던 8월을 기점으로 LTE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7월 4723만명, 8월 4714만명, 9월 4712만명으로 연간 추세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적게 이탈한 편이다. 특히 8월~9월 사이에는 3만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지난해 LTE 가입자 수는 매달 60만~70만명씩 줄었다.
통신 3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가격과 데이터 용량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출시됐을 때부터 비판을 받았다. SK텔레콤은 5만9000원에 24GB, KT는 6만1000원에 30GB, LG유플러스는 6만1000원에 31GB 요금제를 출시했다. 일반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데이터 속도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KT의 경우 중간요금제에 가입하면 한 달에 30GB를 1Mbps 속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 8000원을 더 내면 한 달에 110GB를 5Mbps 속도로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은데 용량과 속도 면에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어, 사실상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이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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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가 시대, 스마트폰 시장도 축소
게다가 하반기에 출시됐던 스마트폰 신작 출시 효과가 크지 않았다. 고물가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가 출시됐고 3분기 들어서는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폴드4와 아이폰14 시리즈가 출시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신작 출시에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4분기 전망은 더 어둡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갤럭시Z플립4·폴드4 출시효과에 힘입어 선전했지만 4분기 상황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위축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4분기 들어서는 신작 출시 효과도 약화되고 있다. 아이폰14 시리즈 역시 공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구형 스마트폰 대상으로 공시지원금 확대 등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재고털이 겸 막판 가입자 수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갤럭시S20FE와 A52S에 대한 지원금을 기존 대비 10만원 더 올렸다. KT도 갤럭시S21 시리즈에 대한 공시 지원금을 최대 20만원 더 인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을 올리기는 했지만 요금 할인이 더 유리하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며 “신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예전보다 줄어 프로모션이 진행된다고 해도 5G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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